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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우신]반성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TF구성’ 실수

입력 | 2011-07-19 03:00:00


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득신고자는 계속 늘어나는 한편 납부예외자는 줄고 있다. 이제 국민연금이 국민 생활 속에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연금 보험료 납부 신청자가 지난해 말 1412만9000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62만1000명으로 49만 명 늘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같은 기간 사업 중단, 실직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자는 19만 명 줄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연금공단의 발표대로 국민연금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연금공단이 한 달에 한 건 이상 쏟아내는 자화자찬(自畵自讚)식 보도자료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 증가 가속도 붙었다’(2월) ‘국민연금으로 노후 준비하는 여성 급증’(3월) ‘월 100만 원 이상 연금 수령자 1만 명 넘어’(4월) ‘국민연금 가입기간 되살리기 증가’(5월)….

공단 측 설명에 따르면 모두 ‘국민연금이 국민 생활 속에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성과다. 국민연금이 ‘국민 용돈’이라는 과거 오명을 벗고 안정적인 노후 준비 수단으로 인식되는 건 다행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에 첫 해외사무소도 여는 등 활동폭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연간 330조 원을 굴리는 기관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최근 감사원 보고서에서 거래 증권사 평가 순위 조작, 허술한 투자 대상 선정 등 부정과 편법이 드러났음에도 구체적인 개선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감사원 지적 후 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기금운용 혁신 TF’를 꾸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TF의 절반 이상이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간부들이었다. 감사원 지적에 따르면 내부 비리를 알면서도 손놓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다시 이 문제가 언론에서 지적되자 다음 날 복지부 장관 지시로 기금운용본부 간부를 뺀 새 팀이 발표됐지만 공단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떨어진 후였다.

기자에게는 TF 구성이 어이없는 실수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시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금운용본부 간부들에게서 반성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불투명한 거래와 ‘갑(甲)의 횡포’를 반성하기보다는 4년 치를 몰아 지적받은 것에 대한 억울함이 더 커 보였다.

연금공단은 18일에도 가입자들이 친절 직원으로 꼽은 직원이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국민연금이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연금공단을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음에 유념해야 한다. 연금공단이 잘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지금 위치에 올랐다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