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인컴브로더 대표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제안이 잘못일 리 없다. 하지만 과연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대학 교육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세계 100위권 순위 안에 진입한 대학이 극소수인 우리나라 교육의 질적 수준, 졸업을 해도 취업을 못하는 청년실업 문제, 이른바 일류대를 나와도 유학을 가야 인정을 받는 현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등록금 문제 자체도 해결될지 의심스럽다. 정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인다고 해도 그 부담은 해소되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다. 교육재정 지원과 관련해 정부 예산 규모의 확대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결국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국민의 세금으로 분담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애초에 교육 선진화 방안이나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 같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에서 어젠다를 끌어냈다면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한층 다양한 논의와 접근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시작 단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자극적인 어젠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좋다. 하지만 이는 맛은 달콤하지만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금단의 열매’와도 같다. 정책을 입안할 때는 어젠다 세팅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대학과 교육 관련 이슈들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어젠다 세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박일준 인컴브로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