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은 내릴 때 100원을 한꺼번에 내렸던 것처럼 한 번에 100원을 올려 ‘원상 환원’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거센 압박에 경쟁사의 눈치를 보느라 단계적 인상을 택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도 불리한 변수다. 한꺼번에 100원을 올리면 당장 “국제유가도 하락하는데 기름값을 올리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회사들은 2, 3주의 시간을 두고 매주 L당 30원 정도 공급가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기름값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환원’이지만 소비자들은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갑작스러운 기름값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유사에 단계적 환원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협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GS칼텍스뿐이지만 나머지 정유업체들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유사 직매점 주유소 등이 모두 경쟁시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타사의 단계적 환원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우리는 카드할인 방식을 써 공급가 환원과 무관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우리 공급가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인하 종료 하루 전인 6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21원.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카드할인을 적용하면 1887원 정도로 추산됐다. 기름값 한시 인하에 들어가기 직전인 4월 6일(1970.92원)과 비교하면 80원 남짓 내린 셈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5달러 선에서 105달러 선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가격인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접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100원 인하의 효과를 온전히 누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한편 기름값 한시 인하 마지막 날인 6일 일선 주유소는 평소보다 많이 붐볐다. 서울 마포구의 한 SK주유소는 출퇴근길 주유 고객이 평소의 2배 정도 됐다. 대기 차량이 많아 주유소 앞 2차로 도로가 막히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GS칼텍스 주유소 종업원은 “보통 5만∼7만 원어치를 주유하는 고객이 제일 많은데 오늘은 ‘가득 넣어 달라’는 고객이 3명 중 2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