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그룹이 29일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으며 대한통운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통운 노조는 여전히 ‘실사 작업 저지’와 ‘총파업’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그룹 내 유동성을 총동원할 경우 금융위기라도 발생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CJ “승자의 저주는 없다”
CJ그룹 지주회사인 CJ㈜의 이관훈 대표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통운 본입찰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으면서 (우리가) 당초 고려했던 것보다 인수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그룹 내 자금으로만 1조5000억 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 성용준 CJ㈜ 재무팀장은 “현금성 자산을 1조 원 이상 보유한 제일제당은 차입 여력이 2조5000억 원가량 되는데다 김포, 영등포 등에 600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CJ GLS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90% 수준이어서 5000억 원을 차입해도 부채비율은 98%로 큰 변화가 없어 재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통운의 인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한통운과 CJ GLS는 택배 이외에는 사업 부문이 겹치지 않는 만큼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며 “대한통운의 우수 인력을 100% 활용할 예정이어서 구조조정을 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급락했던 CJ 주가는 안정을 되찾았다. CJ㈜는 전날보다 0.55%(400원) 올라 7만3400원에 마감됐다.
○ 넘어야 할 산 많아
CJ가 대한통운을 최종적으로 인수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하면 통상 매각가격이 기존보다 10% 이상 낮아져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CJ가 그룹 내의 유동성을 사실상 총동원한 만큼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