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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전대 소용돌이]당헌개정안 효력정지 파장

입력 | 2011-06-29 03:00:00

사상 초유의 사태 대혼란… 黨보다 더 깜짝 놀란 청와대




《 변화와 쇄신을 내건 한나라당의 7·4전당대회가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대표 ‘경선 룰’을 정한 당 전국위원회의 의결에 대해 법원이 28일 “헌법상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근본적으로 위배했다”며 일부 효력을 정지시켰다. 현재 당권주자들끼리 서로 ‘줄 세우기’ 공방을 벌이며 치고받는 상황에서 게임의 룰 자체가 비민주적으로 정해졌다는 법원의 결정까지 나오자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과 냉소적 반응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
○ 전대 어떻게 될까

심각한 비상대책위 28일 법원이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경선 룰 일부에 대해 효력정지 판결을 내리자 급히 소집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가운데)이 굳은 표정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당장 당 대표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이다. 선거인단 투표(7월 3, 4일)가 코앞에 놓인 데다 당권주자들 간 신경전도 치열해 어떤 돌발변수가 터져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9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다음 달 2일 전국위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전국위 의장인 이해봉 의원이 이달 7일 회의에 참석한 전국위원들에게 표결권을 주지 않은 채 266명의 위임장을 근거로 모든 안건을 의결해버린 것은 위법했다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전국위 재의결’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전대 이후 오히려 당이 사분오열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 직전 열리는 전국위에서 정상적인 표결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시 표결권을 박탈당한 전국위원들이 이 의원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체 전국위원 741명 중 과반수(371명)가 참석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이달 7일 회의 때 참석자는 164명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이 다음 달 2일 여는 전국위 회의에 재적 과반수가 참석하지 않으면 바로 7·4전대에 당헌 개정안을 올리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조직세가 앞서는 친이(친이명박)계가 당 대표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말자며 뭉칠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면 7·4전대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
○ 21만명 선거인단 논란


전국위의 재의결 없이 전대가 열리면 당헌의 일부 조항을 놓고 당원들끼리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옛 당헌에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거인단이 아닌 대의원단이 선출한다고 돼 있다. 한나라당은 대의원단이나 선거인단이 사실상 같은 용어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개정된 당헌의 제27조 1항에는 ‘대표최고위원은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이 실시한 선거에서 최다 득표한 자로 선출한다’고 규정했고, 한나라당은 이 조항에 근거해 선거인단을 21만여 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개정 전 당헌에는 ‘대표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대의원단이 실시한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최다 득표한 자로 선출한다’로 돼 있고 전당대회 대의원단은 당규에 따라 1만여 명으로 정해져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법원 결정은 당헌 의결사항을 문제 삼은 것으로 선거인단 확대는 당규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당규보다 상위에 있는 당헌의 의결사항이 백지화된 마당에 당규 개정이 유효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만약 법원에 의해 선거인단 투표의 효력마저 정지되면 한나라당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전국위의 ‘의결 파행’을 강하게 문제 삼는 친이계 인사들도 법원의 이날 결정에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낸 결정적 이유가 여론조사 반영을 철회하기 위해서인데, 정작 법원은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선거인단 확대를 위한 당헌 조항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논란이 엉뚱한 곳으로 확산된 것이다.
○ 의원들 자조-한탄

법원의 결정에 한나라당은 벌집을 쑤신 듯 술렁였다. 당 법률지원단은 이날 오후 4시 긴급 소집됐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법률지원단장인 여상규 의원, 이번 사건의 소송대리인인 김모 변호사 등은 별도의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황 원내대표는 “어떻게 대처했기에 이 지경이 됐느냐”며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전대를 치르기 위해 항고를 내기로 했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전국위를 다시 열어 재의결하면 전대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지만 이와 별개로 예상되는 법적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항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전국위를 재소집해 ‘정상적인’ 의결과정을 거치면 항고 시 법원이 효력정지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이 많아 ‘법조당’으로도 불리는 한나라당에서 이 같은 판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해 전대를 일주일도 안 남기고 부랴부랴 전국위를 다시 소집하는 상황에 대해 “코미디 같다” “막장 드라마도 이렇지는 않다”는 비웃음이 나오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판사 출신이며, 7명의 당권 후보 중 홍준표 원희룡 권영세 박진 나경원 후보 등 5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한 법조인 출신 한나라당 의원은 “효력정치 가처분신청 소식을 듣고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청와대도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자칫 후보 중 1명이라도 무효를 주장하고 나서면 전대 자체가 난장판이 된다. 집권 여당의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