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발레리노 김기민 씨. 국립발레단 제공
이미 주역급으로 활약하고 있는 무용수들도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효정 씨(25)는 올해 4월 주역 데뷔 첫 공연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쳐 그 자리에서 수석무용수 승급이 결정됐다. 이 발레단은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오랫동안 수석무용수로 활동해 온 곳이기도 하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했던 발레리나 이상은 씨(24)는 드레스덴젬퍼오퍼발레단에 입단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5월 ‘라 바야데르’의 감자티 역을 맡았다. 주인공 니키아와 사랑을 놓고 경쟁하는 주역급 역할이다.
작년 8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서희 씨(25)는 1일 고전발레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젤’에서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 솔로이스트가 된 뒤 첫 주역이다. ‘라 바야데르’의 감자티,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현지 패션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는 등 활약하고 있다. 안은영 씨도 같은 발레단에서 2007년부터 코르 드 발레로 활동 중이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에는 1996년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배주윤 씨가 있다. 외국인 무용수를 입단시키지 않기로 유명한 마린스키발레단에서는 발레리나 유지연 씨가 활약해 왔으나 작년 은퇴했다. 한국 무용수들의 최근 활동을 보면 특히 예전과 달리 국내 무대 경험 없이 바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00년대 초 각각 네덜란드국립발레단과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진출해 활약했던 김지영, 김용걸 씨는 국립발레단에서 주역무용수로 활동하다 해외로 진출했다. 그러나 서희, 강효정 씨는 해외 유학 뒤 바로 해외 발레단에 입단했다. 김기민, 최영규 씨는 국내 교육기관에서 발레를 배운 뒤 곧바로 해외 발레단에 입단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그동안 해외 교류를 통해 국내에도 훌륭한 교육자가 많아졌다. 김기민, 박세은 등이 발레를 배운 시기는 한국 발레 교육 여건이 좋아지던 때와 일치한다”며 “이들이 외국의 전통 있는 극장예술을 체험하고 한국에 돌아오면 앞으로 한국 발레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