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않은 잊혀진 은인”… 수소문끝 한국인으론 첫 참배
심호명 제주물산 회장이 18일 미국 뉴욕 주 웨스트포인트 시의 육군사관학교 묘지에 있 는 조지프 클렐런드 예비역 소장 부부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심호명 회장 제공
18일 낮(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 웨스트포인트 시의 육군사관학교 묘지. 심호명 제주물산 회장(68)이 ‘조지프 클렐런드 육군 예비역 소장과 아내 플로렌스 케도트’라고 새겨진 묘비 앞에 옷깃을 여민 뒤 화환을 바쳤다. 미 육사 관계자들도 숙연한 표정으로 조촐한 추모식을 지켜봤다.
심 회장은 한국에서 가져간 작은 추모 현수막을 묘역 위 나무에 걸었다. 그러고 나서 한국식으로 분향을 하고 술을 따른 뒤 “이제야 두 분을 찾아 죄송하다”며 묘비를 어루만졌다.
클렐런드 소장은 퇴역한 뒤에도 매년 연금의 일부를 가평고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그가 1975년 숨을 거둔 뒤에도 부인 케도트 여사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2003년까지 한국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후 2004년 케도트 여사마저 세상을 뜬 뒤엔 40사단 후배 장병들이 2년마다 가평고를 방문해 60년간의 소중한 인연을 잇고 있다.
2007년 미군 참전용사를 위문하기 위해 미 40사단을 방문한 심 회장은 이 사연을 접한 뒤 가평고를 방문하는 미 40사단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교내 ‘가이사 기념관’ 건립을 주도했다. 3년 전엔 미 40사단 측에 클렐런드 소장 부부의 묘소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한국을 사랑한 부부에게 한국인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클렐런드 소장 부부에겐 자식과 친인척이 없어 묘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1952년 5월 ‘가이사 중학원’(현 가평고) 개교식에서 조지프 클렐런드 미군 40사단장이 열차 3량 분량의 도서를 학교에 기증한다는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심 회장은 “전쟁이 치열한 중에도 학교를 세우고 뒷바라지한 클렐런드 장군의 숭고한 헌신이 60년 뒤 한국의 기적과 발전을 일궜다는 사실이 잊혀져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