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벽/현길언 지음/361쪽·1만2000원·문학과지성사
소설집의 표제작인 단편 ‘유리 벽’은 신문 사회면 구석을 차지할 만한 다소 상투적인 소재에 현미경을 들이대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관찰했다. 언젠가는 회사에 배신당할 수밖에 없고, 부인과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 있으며, 단골 술집 여자에게 기대지만 결국 남일 뿐인 오늘의 가장들. 그가 유서에서 절규한 ‘유리 벽에 갇힌 자신’은 소통부재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실렸다. 여덟 번째 소설집을 낸 일흔 살 저자의 글은 담백하면서 간결하며, 잘 맞춰진 큐브같이 빈틈을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