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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캐럴 토양-지하수 오늘 동시조사

입력 | 2011-06-02 03:00:00

한미 ‘누가 어떻게’ 싸고 신경전




유영숙 환경부 장관(앞쪽)이 1일 경북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내 고엽제 매립 추정지역을 방문해 미군 관계자들에게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엽제가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미군부대 캠프 캐럴에 대한 한미 공동 조사가 2일 시작된다. 한미 양국은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의혹 지역에 대한 지표투과 레이더(GPR) 조사와 수질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1일 결정했다.

○ 고엽제 매립 의혹 베일 벗나

데이비드 폭스 미8군 기지관리사령관은 이날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을 방문한 유영숙 환경부 장관에 대한 브리핑에서 “레이더 조사 장소는 기지 내 고엽제 매립 의혹이 일고 있는 헬기장과 D구역”이라며 “영내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 관정에 대한 수질조사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레이더와 수질 조사가 이뤄지면 토양 조사를 해야 할 지역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조사 결과 유해물질이 파악되면 정화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더로 고엽제 매립 지점을 찾는 작업은 2일 오전 9시 시작된다. 폭스 사령관은 “레이더로 토양 밀도를 측정하면 (땅 밑에) 참호가 파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취된 지하수 시료는 동일한 샘플을 한미 양측이 나눠서 분석한 후 이를 종합해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레이더, 수질 조사에서 오염이 발견되면 토양조사가 추가로 실시된다.

○ 신경전 편 한미 양국

한미 양국은 1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제2차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고 이날 오전 미군이 브리핑한 내용과 함께 추가 정보 발생 시 D구역 등 매립의심지역 외 기지 내 다른 구역 조사 △모든 조사 양국 공동 실시·결과물 공유 △1992, 2004년 기지 환경 관련 보고서 공개 등에 합의했다. 또 기존 한미공동조사단에 한국지구물리탐색학회와 미 지하수조사업체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 대표단은 옥곤 부경대 교수(공동단장) 등 14명, 미국은 버치마이어 주한미군사령부 공병참모부장(공동단장) 등 10명이다. 전류를 땅으로 보내 파묻힌 물질을 파악하는 전기비저항탐사법(ER)도 도입된다.

이날 미군 발표와 SOFA 환경분과위원회의 결정은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국 측 의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미국은 “우선 레이더 조사만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은 “의심지점 토양과 지하수 분석, 레이더 조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미국은 “캠프 내부 조사는 미군이 하고 한국은 참관하는 형식으로 하자”고 요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이 수질조사를 포함시켰지만 미 장병이 계속 마셔온 지하수를 조사하는 것이라 오염이 없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토양을 조사해야 오염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미군이 크게 양보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내 조사를 앞두고 한미 간 신경전도 계속됐다. 캐럴 기지를 시찰한 유 장관이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에게 “캠프 캐럴 내 오염물질을 해외로 반출했다고 밝힌 미군 주장의 출처는 어디냐”고 캐묻자 존슨 사령관은 “베트남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엽제가 존슨 아일랜드로 이동됐다는 보고서나 미 유타 지역으로 이동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10시∼오후 2시로 예정됐던 SOFA 환경분과위원회도 한미 간 팽팽한 대립 속에 오후 6시 반에야 끝났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