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27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전국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 회의에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인 수사권 문제를 놓고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일(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이 이 지경이 되도록 검찰 수뇌부는 뭘 했나”라며 직속상관인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정치권이 경찰 주장을 받아들여 경찰의 독립적 수사 개시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만큼 조직의 명운(命運)을 걸고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원칙적으로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형사입건됐다는 사실만으로 당사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선거사건이나 공안사건 등은 검찰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외 포르노 제작업체가 국내 누리꾼이 자신들이 제작한 동영상을 웹하드에 무단으로 올려 저작권법을 침해당했다며 고소한 사건처럼 전국적으로 통일 기준을 적용해야 할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 또는 수사를 종결한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할 경우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같은 사건을 여러 수사기관이 동시에 수사하더라도 ‘교통정리’를 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경찰도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조용히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불거졌던 이른바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 등을 상기시키며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검사나 검찰 직원이 저지른 비리라 하더라도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 개시를 하기 어려운 만큼 검찰이 사건 송치를 요구하거나 수사개시 자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