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면 카드 결제-포인트 적립-쿠폰 할인이 한번에…
들뜬 마음으로 아메리칸이글에 쇼핑하러 가는 길. 혹시 주변에 또 다른 할인혜택(오퍼)이 없나 스마트폰으로 찾아봤다. “앗, 서브웨이(샌드위치 전문점)에서 납작한 빵을 싸게 판다!” 하지만 산처럼 솟은 배를 보니 탄수화물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브웨이는 잊기로 했다.
청바지를 고른 베디어 씨는 곧장 계산대로 갔다. 카드 리더 가까이에 스마트폰을 살짝 갖다 댔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세 가지가 동시에 처리됐다. 카드 결제와 20% 할인쿠폰 적용, 그리고 멤버십카드 포인트 적립이 이뤄졌다. 곧이어 스마트폰에 영수증이 떴다.
구글은 이날 구글월릿으로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올 8월경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스마트폰이 지갑이 된다
하지만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통신사, 금융회사, 스마트폰 제조사, 결제시스템회사, 유통업체들이 합심을 해야 한다. 그동안 누가 중심이 될지 저울질하느라 시간만 흘렀다.
씨티은행은 구글월릿에 신용카드를 장착했고, 마스터카드는 자사의 비접촉식 결제시스템인 페이패스와 구글월릿이 호환이 되도록 했다. 마스터카드의 결제시스템은 전 세계 31만 가맹점에 설치돼 있다. 구글월릿을 쓸 수 있는 ‘넥서스S 4G’는 삼성전자가 만들었다. 구글은 여기에 할인쿠폰 제공 서비스 ‘구글 오퍼스(Offers)’를 덧붙였다. 앞으로 신용카드뿐 아니라 항공권, 영화티켓, 신분증, 멤버십카드, 열쇠 등도 구글월릿에 담을 계획이다.
구글은 구글월릿의 결제 수수료에서 단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 대신 맞춤형 광고 등에 활용할 소비자 정보만을 얻는다.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을 공짜로 열어둔 것과 같은 이치다. 구글월릿의 문을 열어두면 새로운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유통회사, 항공사, 전자열쇠 회사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이 2014년까지 2450억 달러(약 26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스마트폰 지갑도 애플-구글 싸움 되나
이날 구글의 발표에 비자카드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자사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은 이미 페이패스와 비슷한 ‘페이웨이브’로 모바일 결제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외신들은 구글-마스터카드 연합에 맞서 ‘애플-비자카드의 제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애플도 향후 새로운 아이폰에 NFC 칩을 내장해 모바일 결제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