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기술 투자 발목잡아”
통신요금 인하 논란과 관련해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26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가 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한다면 내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곧이어 “지금 KT는 국민에게 혜택이 되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중인데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도 했다. 통신요금을 내리면 신규 투자를 할 여력이 없어지니 ‘물’인 국민들이 ‘물고기’인 KT를 이해해 달라는 호소였다.
그는 또 “이미 KT는 2년 전 KTF와 합병하면서 통신요금을 88%나 떨어뜨렸다”고 했다. 당시 KT는 와이파이 지역에서 인터넷전화 요금으로 통화할 수 있는 유무선통합(FMC) 휴대전화를 만드는 등 ‘통화료 가격 파괴’라고 불리던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요금을 낮춰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기본료와 가입비를 내리라는 인하 요구가 나오자 이에 맞선 셈이다.
이 회장은 심지어 “국민께서 싫다고 하시면 우리는 포부도 접고, 꿈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가 밝힌 포부와 꿈은 본업인 통신업이 아닌 다른 산업과의 컨버전스(융합) 사업이었다. 예를 들어 비씨카드를 인수해 모바일 금융결제업을 벌이고 금호렌터카를 인수해 텔레매틱스(차량용 정보통신) 사업을 시작하는 식이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런 사업을 활발히 벌여 성공하는 회사가 통신사가 아닌 개별 사업에 특화된 신규 업체다. 예를 들어 모바일 결제 영역에서 가장 앞선 회사는 세계 최대 신용카드사인 비자나 스마트폰 카드 결제기를 만드는 스퀘어 같은 벤처기업이다.
이날 이 회장은 “통신사는 통신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 혁명의 시기에 새로운 기회를 전 국민에게 제공할 역할을 맡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