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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韓-EU FTA 발효때 얻게될 수출 무관세 EU기업 대부분 혜택… 한국은 20%뿐

입력 | 2011-05-11 03:00:00

국내 80% 원산지 인증 못받아… “한국기업들 적극 준비 나서야”




벨기에로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A사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 비준을 통과하자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올해 7월 1일부터 한-EU FTA가 발효되면 관세 감면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판매가 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관세청의 원산지 인증수출자 사전진단 결과 이 기업은 기준 미달 판정을 받아 EU 수출 때 무(無)관세 혜택을 누리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세관에서 원산지 인증수출자로 지정돼야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중소기업은 이를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EU FTA 발효가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업들의 수출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어렵게 FTA를 체결해 놓고도 혜택을 보는 수출기업이 적어 ‘밥상이 잘 차려져 있지만 먹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EU FTA 체결로 한국은 운송기기업종, 전기·전자업종, 석유화학업종 등 순으로 관세감면 혜택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감면을 받으려면 기업들이 세관으로부터 원산지 인증수출자로 지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증 대상인 4333개 기업 중 원산지 인증수출자로 지정된 기업은 겨우 859개(19.8%)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실질적으로 이 제도를 처음 운영하는 데 반해 EU 측은 1975년부터 시행해온 만큼 대부분의 기업이 인증수출자로 지정돼 있다. EU 측 세관에 원산지 위반으로 적발되면 수출 물품의 3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거나 6개월 미만 징역형을 받게 돼 있다.

EU가 원산지 위반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EU 산업계에서 중국의 무역관행과 대(對)중국 무역적자 때문이다. EU는 협상 과정에서도 원산지 규정을 엄격하게 요구해 왔으며 “중국의 제품이 한국을 통해 우회 수출돼 FTA 수혜가 중국에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크게 우려했다.

한편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는 원산지 관리 전산시스템을 무료로 배포하고 기업 컨설팅을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관련 증빙서류를 준비하기 어렵고 원산지 관리를 전담할 인력도 부족해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이 많아지는 만큼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보일러 온수기를 EU에 수출하는 B사 관계자는 “국내 비준이 늦어지다 보니 비준안이 통과된 다음에 그때 가서 하자는 업체도 많았다”며 “원산지 규명을 나사 하나까지도 조사해야 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산지를 규명하기 힘든 부품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한-EU FTA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에 발효된 한-칠레 FTA 등의 수출활용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도 원산지 기준이 복잡하다는 점이었다. 결국 FTA 발효의 최대 수혜자인 기업들이 앞장서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한-EU FTA 발효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에 비해 선점 효과를 누리려면 수출기업들이 FTA 활용 준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