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전영우 지음/396쪽 2만3000원·운주사◇바람이 지은 집, 절/윤재학 지음/248쪽1만2000원·우리출판사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은 산림학자인 저자가 절과 함께 절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설명해 이채롭다. 이를테면 ‘사찰림 답사기’랄까. 절집 숲은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973년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녹화사업은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대부분의 숲이 40년생 이하의 어린 숲이다. 반면 절집 숲은 수백 년 이상의 수목으로 이뤄진 곳이 많다. 이런 이유로 국토 면적의 0.7%에 불과한 절집 숲이 식물 천연기념물 가운데 10.7%를 품고 있다.
유럽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처럼 강원 인제의 백담사에는 ‘순례자의 길’이 있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봉정암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험하고 가파르기 때문에 불자들 사이에서 순례자의 길로 불린다. 저자는 이 길에 ‘천연림 터널’이라는 이름을 덧붙인다. 단풍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거제수나무 함박나무 개박달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와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가 가득해 마치 나무로 이뤄진 거대한 터널 같다는 표현이다. 이처럼 책에는 24곳의 절과 사찰림 이야기가 풍성하다. 숲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땅이나 바닥에 걸터앉아 천천히 호흡하며 나무와 함께 숨쉰다는 것을 상상해보라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설악산 봉정암 주변의 운해(雲海). 백담사에서 시작해 봉정암까지 이어진 ‘순례자의 길’ 끝에 설악의 장관이 펼쳐진다. 운주사 제공
송광사는 국보 3건에 3점, 보물 19건에 110점이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큰 절이지만 석탑이나 석등이 없다. 그 대신 다양한 형태의 석축과 돌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운달산 김룡사의 가람(伽藍)은 누운 소의 모습이어서 스님들은 그 소의 눈에 해당하는 명부전에 머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