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서방 식민지 침탈에 항전”… 주요 시설에 ‘인간방패’
○ 카다피의 선택… 마이웨이냐 협상이냐
카다피 원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다국적군 공습을 무릅쓰고 벵가지 공격을 다시 강행하는 것이다. 리비아 정규군과 반군의 압도적인 전력차를 감안할 때 벵가지를 점령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압도적 화력을 자랑하는 다국적군의 공습을 피할 수가 없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카다피 정권을 지탱해주는 리비아 정규군은 재기가 불가능할 만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반카다피군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다면 카다피 원수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 지상군 투입 가능성 부인하는 서방국
다국적군의 공습 명분은 ‘리비아군의 폭력적 진압에 따른 시민 보호’다. 미국은 물론 다른 서방국가들은 이번 공습이 대량 인명 살상을 막으려는 인도주의적 목적 때문이지 카다피 정권의 축출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향후 리비아군이 군사행동을 중단하면 서방국가도 리비아를 공습할 명분을 찾기 힘들다. 이 경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가 어느 한쪽도 먼저 움직이기 힘든 장기적인 대치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리비아 상황은 1990년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지역 쿠르드족과 대치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1991년 걸프전 이후 후세인 정권에 의한 쿠르드족 학살을 우려한 서방은 북위 36도 이북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북부 지역은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로 진주할 때까지 후세인 정권의 통치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자치구로 존재해왔다. 향후 리비아도 동부 지역이 카다피 통치에서 벗어나 자치권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