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최우선 과제는 친구만들기···“와, 너도 빅뱅 팬?” 공감대 형성 ‘작전’선생님은 위엄있고 자상한 이미지 어필 노력··· 20대 중반 男교사, 웃음기 걷고 기선제압!
새 학기 2주가 지난 중학교 풍경. 몇몇 학생들이 지난해 친했던 친구와 함께 하교하기 위해 다른 반의 종례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다른 모둠은 4명 중 최소 2명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와 서로 얼굴을 아는데, 우리 모둠은 유독 다 다른 초등학교 출신이라 토론하기가 너무 어색한 거예요. 제가 큰맘 먹고 ‘이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먼저 말을 꺼내도 다들 쭈뼛쭈뼛하더라고요. 특히 남자애 한 명은 아예 입을 열지도 못했어요. 아마 제가 좀 예쁘게 생겨서 더 얼었던 것 같아요!”
새 학년이 시작된 지 약 2주가 지났다. 3월의 중학교는 그 어는 때보다 분주하다. 아직 처음 만난 친구들과의 어색함을 미처 다 없애지 못한 학생들은 더 친근하게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방안을 고심한다. 교사는 새로이 맞이한 학생들에게 ‘위엄 있고 자상한 선생님’으로서의 이미지를 어필하려고 애쓴다. 새 학기 이모저모. 이들은 지난 2주 동안 어떤 적응기를 거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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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첫발을 내딛은 1학년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한 치밀한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올해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김모 양(13). 김 양은 학기 초 3일 동안 같은 반 여학생들이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TV 프로그램, 가요에 대한 대화가 나올 때마다 유심히 듣고 분석했다. 결과는?
“여학생 18명 중 무려 10명이 ‘빅뱅’의 팬인 거예요. 이를 이용해 친해지기 작전에 돌입했죠. 점심시간 방송에서 가끔 가요를 틀어주는데, 한번은 빅뱅의 최신 곡이 나오기에 일부러 큰 소리로 따라 불렀어요. 그랬더니 주변 친구들이 ‘와, 너도 빅뱅 좋아해?’라며 먼저 말을 건네더라고요! 전 사실 ‘2AM’ 팬이지만, 빅뱅에 대한 관심도 적극적으로 보여 훨씬 빨리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김 양)
반면 고교 진학을 앞둔 3학년 교실 분위기는 비교적 얌전하다. 1, 2학년 땐 쉬는 시간마다 장난을 치던 학생들도 3학년이 되면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모범생으로 돌변하곤 하기 때문.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보이지 않는 탐색전을 펼친다. ‘나와 내신 성적으로 경쟁하게 될 친구가 누구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다음은 전교 5등 안에 드는 중3 이모 군(15·서울 강남구)의 말.
“이번 회장 선거에서 저를 두 표 차이로 앞지른 애가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반 1등, 걔가 2등인 것 같은데 선거에 져서 그런지 유독 신경 쓰여요. 저처럼 특목고 진학이 목표인지도 궁금하지만 아직 친하지 않아 묻지 못하고 추측만 하는 중이에요. 평소 공부를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죠.”(이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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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 이모 교사가 그러한 예.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바로 합격해 올해 첫 발령을 받은 이 교사의 나이는 23세다. 담임을 맡게 된 2학년 아이들과 고작 10년 차이다. 처음엔 ‘젊은 만큼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에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한 이 교사였지만, 학기 시작 1주일 만에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다. 왜일까?
“학기 초엔 방과 후 학교 참석여부, 건강상태 등을 묻는 중요한 가정통신문을 많이 걷는데, 제 날짜에 제출하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3, 4일씩 늦게들 내지 뭡니까. 지각도 하루에 10명씩 하고요.”
이 교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학급에서 소위 ‘날라리’로 통하는 양모 군(13)이 출석부에 붙일 증명사진을 5일째 안 가져온 사실을 안 이 교사. 그는 노는 학생을 호되게 혼내는 모습을 본다면 학생들도 더 이상 자신을 만만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종례시간 그는 모든 학생 앞에서 양 군을 일으켜 세웠다. 미간을 최대한 찌푸리고 목소리는 굵게 내려고 노력했다. “지금 장난 하냐? 내가 만만해? 왜 말을 해도 안 들어먹어?” 이 교사의 목소리는 교실을 쩌렁 울렸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양 군은 물론, 그때까지 주변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다른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의 화난 모습을 처음 보고 순식간에 조용해진 것. 이 교사는 “양 군은 바로 다음날 사진을 가져오고 지각하는 학생들도 둘째 주엔 반으로 줄었다”면서 “속으론 아이들이 마냥 귀엽지만, 요즘엔 애들이 복도에서 인사를 해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만 까닥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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