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냉각장치 고장나자 압력솥 터지듯 건물 “펑”
원전에서는 발전을 할 때 뜨거워진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로는 노심과 이를 보호하는 격납용기로 돼 있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하면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냉각수는 원자로 내부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는 것을 막는다.
원자력 안전제어시스템 개발업체인 ‘우리기술’ 노성봉 사장은 “원전은 외부 전력 차단에 대비해 디젤발전기, 배터리 등 보조전력장치를 준비하지만 이번에는 지진과 쓰나미로 이 같은 보조장치마저 모두 고장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 폭발이 원자로 외부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과정 중 발생하는 수소와 방사성 물질이 증기 배출 시에 원자로 밖으로 나왔고, 수소는 외부 격벽 건물 윗부분에 쌓였다. 결국 이 수소가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해 폭발을 하면서 원자로 외부 건물 위쪽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원자력 전문가들은 인근의 바닷물, 소방용수 등을 활용해 온도를 낮출 것을 일본 측에 권고했다. 바닷물은 각종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냉각수로 이용하면 원자로가 오염돼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본은 폭발을 막기 위해 최후의 수단인 바닷물을 이용해 냉각을 시도하고 있다. 오성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규제부장은 “급한 경우 피폭을 감수하더라도 소방차를 동원해 온도를 낮춰야 원자로 폭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최악으로 가면 스리마일 섬 사고처럼 원자로 내부의 노심이 모두 녹아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격납용기가 둘러싸고 있어 체르노빌처럼 방사성 물질 누출이 대량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에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후쿠시마 1발전소에 있는 6기 중 1∼3호기와 후쿠시마 2발전소의 4기, 오나가와 발전소 3기 등 모두 10기다. 후쿠시마 1발전소 4∼6호기는 이미 지진 전에 정기검사를 하기 위해 정지된 상태였다.
:: 방사성 물질 ::
‘방사성 물질’은 우라늄, 플루토늄, 라듐, 세슘 등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이다.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이 배출하는 전자기파를 말한다. ‘방사능’은 방사선의 세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흔히 사용하는 ‘방사능 물질’은 잘못된 용어다. ‘방사능 피폭’은 ‘방사선 피폭’으로, ‘방사능 누출’도 ‘방사성 물질 누출’로 바꿔 사용하는 게 정확하다.
:: 노심용융(Meltdown) ::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