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도 놀란 이현호 투혼발목 부상에도“인대 안끊어졌다”출전절뚝거리며 전랜 선두추격 ‘혼신의 힘’현역시절 ‘투혼의 슈터’ 유감독도 감동
전자랜드 이현호는 찰거머리 수비로 유명하다. 선두 KT를 맹렬하게 뒤쫓는 전자랜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유도훈 감독(작은 사진) 역시 현역시절 악바리 투혼으로 유명했기에 이현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스포츠동아DB
광고 로드중
현역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린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44) 감독은 투혼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상무시절이었다. 유 감독은 연습경기 도중 오른쪽 손목을 다쳤다. 통증은 계속됐지만, 정신력으로 참고 뛰었다. 그리고 제대 후 다시 실업 현대로 돌아왔다.
이후 소속팀 정기검진에서 유 감독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핵의학을 이용한 촬영결과 오른쪽 손목 뼈 부분이 시꺼멓게 죽어 있었다. 뼈에 실금이 간 것도 모르고 오랜 기간을 뛰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이 상태로 몇 년이 지나면 손목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결국 유 감독은 왼쪽 옆구리 뼈를 떼어내 오른쪽 손목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수술자국이 선명하다.
광고 로드중
선두 부산 KT를 1경기차로 맹추격하고 있는 전자랜드에도 수장의 현역시절 투혼을 본받는 선수가 있다. 찰거머리 수비로 유명한 이현호(31)가 그 주인공이다. 4일 안양실내육관에서 열린 한국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 이현호는 왼쪽 발목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갔다. 유 감독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졌다. 전자랜드가 팀 실점 부문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데는 이현호와 이병석 등 식스맨들이 공이 컸다. 유 감독은 “우리 팀에 서장훈과 문태종처럼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그 선수들만으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선두경쟁에 제동이 걸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인대가 끊어지지는 않았다”는 소견을 들은 이현호는 바로 유 감독에게 출전을 간청했다. “정말 뛸 수 있겠냐?”는 유 감독의 반문에도 대답은 한결 같았다.
결국 이현호는 한 경기만을 결장한 뒤, 10일 KT와의 홈경기에서 20분 넘게 코트를 지켰다. 이따금씩 절룩거리는 모습은 팀 동료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본인도 큰 부상을 겪어봤던 유 감독 역시 애틋하고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현호는 “농구는 내 밥벌이다. 우승 문턱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기왕 뛰는 거 팀에 해가 안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이현호야말로 그간 전자랜드가 부족했던 정신적인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선수”라며 흡족해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