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는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환호하는 한국 관객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어느 인터뷰에서 서울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도시”로 꼽았다. 2007년 비욘세의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제공
5월 15일 같은 무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 브릿팝 그룹 ‘비디 아이’도 전신인 ‘오아시스’ 시절 세 번의 내한공연을 떠올리며 “일제히 후렴구를 따라 부르던 팬들의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였다”고 놀라워했다.
9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갖는 라틴 록의 대가 ‘산타나’는 1996년 첫 내한공연 당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예정된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겼다. 이처럼 감동을 받은 뮤지션들은 반드시 답례를 하기 마련. 영국의 4인조 록밴드 ‘트래비스’는 2009년 내한공연에서 몇 년간 무대에서 부르지 않았던 ‘해피’를 이례적으로 불러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한국 팬들이 노래에 맞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꽃종이를 뿌린 데 대한 답례였다는 후문이다. 트래비스의 리더인 프랜 힐리는 18일 서울 홍익대 앞 V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한국 관객 특유의 ‘함께 따라 부르기’는 까칠한 스티비 원더(왼쪽)도 흥분시켰고, 코린 베일리 래(오른쪽) 등 수많은 해외 톱스타를 한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힘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미국의 비욘세는 2009년 두 번째 내한공연에서 빌리 조엘의 곡을 리메이크한 ‘어니스티’를 세계 최초로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2007년 내한 당시 관객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하며 보여준 열정에 대한 답례였다. 그는 “내 음악을 좋아하고, 나의 무대에 박수를 보내는 팬들은 항상 감사하지만 정말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도시는 서울이다”라고 놀라워했다.
젊은 음악팬들이 이른바 ‘떼창’이라고도 부르는 이 같은 공연 현장의 노래 따라하기는 미국 가수 스티비 원더도 울렸다. 그는 지난해 8월 내한했을 때 공연 전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모두 거절할 정도로 ‘까칠하게’ 행동해 공연 관계자들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의 옛날 명곡들을 목청껏 따라 부르는 한국 관객들의 열정에 반한 나머지 공연이 끝난 후에 바로 떠나는 관행을 깨고 대기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함께 무대에 섰던 연주자들을 껴안고 감동을 나눴다.
대개 아시아 투어 과정에서 한국을 찾는 해외 가수들은 한국과 일본의 관람 문화를 비교한다. 손을 흔들어 환호하면서도 옆 사람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예의를 잊지 않는 일본 관객들과 달리 한국 관객들은 철저한 예습을 통해 가사를 몽땅 외우고 꽃가루나 색종이처럼 노랫말에 맞는 이벤트도 준비하더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은 들으며 즐기는 문화인 반면 한국은 가수에게 자신의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너에게 이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감동을 주기 위한 심리가 한국만의 관람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