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년전 수감된 방 수색 못한 게 재조사 빌미"
SBS가 고(故) 장자연씨의 자필편지를 장씨 지인으로부터 입수했다며 일부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데는 2년 전에도 같은 내용을 공개했던 제보자에 대한 당시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경찰은 장 씨 자살사건(2009년 3월7일)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9년 3월 A 씨가 장씨의 지인이라며 '왕첸첸'이란 이름으로 장 씨의 심경고백과 관련된 내용을 옮겨적은 편지를 모 스포츠지에 보내자 사실 관계를 조사했다.
경찰은 당시 제보자 A 씨를 모 구치소에서 접견하는 등 조사하고 장 씨와 일면식도, 통화한 적도 없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그러나 2009년 조사 당시 수사관 2명을 구치소로 급파해 편지를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A 씨가 거부하자 수감돼 있던 방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편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A씨에 대해 재조사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경기경찰청과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1999년 2월부터 4년 동안 B교도소에서, 2003년 2월 출소한 뒤 2003년 5월 C교소도에 수감돼 현재까지 교도소 5곳을 옮겨 다니며 수감돼 있는 상태다.
2009년 3월 당시 모 구치소에서 A 씨를 접견 조사한 경찰은 당시 '홍콩 재벌 아들이다', '유명한 오락실 업자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A 씨가 주장했으나 호적부 확인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구치소 치료 내역을 통해 2006년 8월부터 정신장애 증세 등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던 점도 확인해 장씨와 무관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05년부터 장 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는 A 씨의 주장이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A씨가 수감돼 있던 방을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해 A씨가 수감돼 있는 방을 수색하지 않았던 경찰은 이번에는 A 씨 수감된 방 수색을 포함해 장씨와 친분관계 전반에 대해 재조사하고 나섰다.
하지만 교도소 편지 수발내역에는 등기와 소포를 제외한 일반편지 왕래 내역은 기록에 남지 않아 수감 중이던 A 씨가 장 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는지는 물론 A 씨가 방송사로 제보한 편지의 발송 경위 역시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2년 전 A 씨가 수감된 방 수색을 못한 것이 이번에 장 씨와 A 씨의 관계를 재조사하게 된 빌미가 됐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방송사가 입수한 편지가 장씨가 작성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편지를 확보해 장씨의 친필이 맞는지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