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현지인들 무단점거-현장파손 가능성공사대금 떼일 우려도… 정부 대책 마련 나서
리비아 사태가 격화되면서 안전상의 문제로 리비아 현지 인력을 모두 철수시킨 국내 건설사 관계자들이 현장 관리와 공사 대금 정산 등 후속 조치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리비아 굽바 시에서 주택공사를 하다 철수한 한 업체 관계자는 “탈출 직전 가까스로 담당자와 전화 연락이 닿았지만 통화 내용이 문서로 남는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책임 소재 공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건설관련 장비를 두고 온 회사들은 현장 관리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복합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국가 시설 공사를 벌이던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발전소는 도심 외곽에 있고 경비도 잘 되고 있는 편이지만 중소 건설사들의 공사 현장은 현지인들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워 장비 분실 및 현장 파손 등의 위험이 따른다.
공사대금 정산 및 피해보상 문제에도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부 나투르 지역에서 대학 공사를 벌이다 철수한 한 업체 관계자는 “발주처로부터 선급금으로 전체 공사액의 15%인 250억 원가량을 받긴 했지만 장비, 인력 등 초기 투자 금액이 이보다 훨씬 더 많고 현재 200억 원 상당의 중장비와 자재가 현지에 남아 있는 상태라 공사 재개 여부만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계약서에 공사 중단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선급금과 잔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의 ‘천재지변’이란 항목에 자연재해 외에 폭동, 전쟁 등의 상황을 정확히 명기하지 않아 나중에 발주처가 이미 지급한 선급금을 회수해 갈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짐에 따라 국토해양부, 해외건설협회는 진출 업체를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말 한 중소업체는 부도위기에 몰렸다가 국토부가 장관 명의로 거래 은행에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