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성분 ‘빙퇴석’ 확인… 여름에도 녹지 않아
장보고기지의 부두가 건설될 지역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극지인프라 구축사업단 조사팀이 시추를 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조사단은 시추에서 빙퇴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빙퇴석의 존재는 장보고기지를 건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빙퇴석은 빙하에 떠밀려 내려온 커다란 암석으로 사람만 한 바위부터 주먹만 한 자갈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남극에 건물을 지을 때는 계절이 바뀌며 얼었다 녹는 토층(土層)이 문제가 된다. 물을 머금은 흙이나 점토는 얼면서 부피가 변하기 때문에 건물의 지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빙퇴석이 쌓여 기반을 이룬 층은 암석 사이의 모래나 물이 얼더라도 빙퇴석끼리 서로 지탱하고 있어 흔들리지 않는다.
김영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실 연구위원은 “지표를 2m 정도 걷어내고 기지를 건설하면 특별히 보강공사를 추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장보고기지가 지어질 지역은 모래와 점토가 섞인 ‘실트’층이 1∼2m 덮여 있다. 겨울에 어는 이 층을 걷어내고 그 위에 장보고기지를 세우면 기존 빙퇴석층에 더해지는 무게도 거의 변화가 없다. 김 연구위원은 “2m 두께의 실트층 무게는 약 4t으로 장보고기지와 비슷하다”며 “애초 빙퇴석층이 떠받치고 있던 무게와 비슷하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한 선임연구원은 “밀물과 썰물에 따른 수심 변화까지 감안해도 부두 예정지에서 수십 m 이내까지 큰 배들이 접근할 수 있다”며 “향후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장비, 자재, 식료품을 가까운 곳까지 운송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아라온호는 부두 예정지에서 15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바 있다. 이 정도의 거리면 크지 않은 바지선으로도 물자를 운송할 수 있다.
앞으로 극지인프라 구축사업단은 시추로 얻은 자료와 물리탐사로 측정한 땅속 물질의 상태를 토대로 정확한 지질도를 만들 계획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