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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2부]저출산 고령화 해결이 출발점

입력 | 2011-02-24 03:00:00

“출산이 복지기반”… 佛, 연금은 깎아도 육아수당은 안깎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스웨덴은 보육서비스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막고 있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교수 제공

일하는 세대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생산가능인구 6.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이면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지금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조세와 사회보험료 부담이 5배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 선진국 탐방에 나선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OECD 국가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을 분석했더니 노인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지출도 늘어났다”며 한국의 출산율 급감을 아쉬워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복지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이번에 찾아간 스웨덴 영국 프랑스는 일찍부터 복지 재원을 저출산 해결에 쏟아 부어 노인인구 비율이 16%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출산율 재상승으로 미래 세대의 복지 재원 부담을 줄였다.

○ 프랑스, 출산율 높이고… 영국, 이민 적극적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3년 1.66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상승하고 있다. 인구보너스기간에 시행한 강력한 가족정책 덕분이다. 우선 아이를 임신하면 출산준비 비용 850유로(약 130만 원)를 포함해 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 30여 가지 수당을 지급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프랑스가 연금을 깎아도 육아수당은 줄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저출산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얘기였다. 로랑 툴몽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 박사는 “프랑스가 가족수당 보험료를 1%에서 5%까지 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이 올바른 결정이었기 때문에 이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도 2013년부터 육아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5%를 제외하기로 한 바 있지만 첫째는 주당 20.3파운드(약 3만7000원), 둘째부터는 주당 13.4파운드(약 2만4000원)를 자녀가 19세가 될 때까지 지급한다.

영국 인구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5%(2008년)로 다른 유럽국가보다 높다. 이언 고프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영국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 600만 명, 2040년 770만 명의 이민자가 살게 된다”며 “이민 정책이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정책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스웨덴,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72%

스웨덴은 출산율도 높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72%에 이른다. 아이를 적게 낳는 한국(53%)보다 19%포인트나 높다. 스웨덴은 인구보너스기간이 끝난 1980년대부터 연금제도 개혁에 손대고 출산율을 끌어올렸다.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60일씩 반드시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 1년을 더 할 수도 있다. 이 기간에는 소득의 80% 수준까지 정부가 수당을 준다. 지난해부터는 아빠의 육아휴직 비율을 늘리기 위해 부모가 절반씩 육아휴직을 쓰면 총 1만3500크로나(약 234만 원)까지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케네스 넬슨 스톡홀름대 사회연구소 박사는 “자녀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면 이민자보다 양질의 노동력인 여성 노동력을 확보하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동감했다. 석 교수는 “한국에서도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여성 근로자를 활용하면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며 복지시스템 재설계 과정을 눈여겨봤다.

스웨덴은 생산가능인구 공급이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이후에도 일정소득 이하 노인에게만 선별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최저연금보장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스웨덴의 인구구조와 복지제도 개편 추세를 보면 재정위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스톡홀름·런던=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용하 원장“출산율 높이기, 양질의 일자리가 필수조건”


인구 고령화는 선진 복지국가 재정 불안정의 첫째 요인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 3개국은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안정적인 인구구조를 갖고 있다. 2050년경 노인인구 비율은 프랑스 26.1%, 스웨덴 24.3%, 영국 25.8%로 독일 31.5%, 이탈리아 33.7%, 일본 39.5%, 우리나라의 37.6%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국가들의 평균수명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고령화 정도는 출산율 차이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스웨덴 영국의 합계출산율은 2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출산율이 높은 3개국은 태어난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스웨덴은 보육서비스, 프랑스와 영국은 아동수당 등 현금급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모두 자녀를 출산해 키우는 데 충분할 정도로 제공된다는 것은 비슷하다. 3국의 보육 등 아동 관련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0.5%와는 차이가 크다. 다만, 보육서비스 완성에 공을 들인 스웨덴이 여성경제활동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은 인상적이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출산율이 높은 국가의 청년실업률이 저출산 국가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출산율이 높아도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 해결을 위한 정책을 수행할 때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방안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일자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결국 경제적 역동성이다.

▼ “고령화 순식간… 연금개혁 등 선제조치 필요” ▼
로랑 툴몽 프랑스 국립인구硏 박사

“출산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인간 수명을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고령화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인구연구소(INED)에서 14일(현지 시간) 만난 로랑 툴몽 박사(사진)는 “저출산과 달리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1945년 설립된 INED는 인구 동향의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중장기 인구대책을 마련하는 가족보건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툴몽 박사는 “프랑스는 합계출산율이 높아 저출산이 해결된 상태지만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출산율이 반등한 이유를 “아동 수당, 유급 출산휴가 같은 가족정책을 한 세기 동안 꾸준히 추진한 데다 결혼하지 않은 부모가 낳은 아이가 52%에 이르는 문화적 요소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공공사회복지지출 가운데 가족정책에 쓰는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보다 많다.

하지만 저출산과 달리 고령화는 정책적 수단을 쓰는 데 한계가 있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연금수급 가능 최소연령 60세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 6년에 걸쳐 해마다 4개월씩 올려 62세로 높이는 내용이다. 연금개혁 과정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또 연금 지급시기를 늦춰 재정을 안정시킨다 해도 노인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고 돌보는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는 데 여전히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툴몽 박사는 “고령화는 순식간에 찾아오기 때문에 조세나 연금 개혁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인구보너스 기간이 끝나기 전에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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