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파탄 아니다?… 대화재개 가능성 시사김정은 찬양가 ‘발걸음’… 외교사절 앞에서 처음 소개
생일축하 수중발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9번째 생일을 기념해 하루 전인 15일 평양 주재 외교사절과 외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 창광원 수영장에서 수중발레 ‘영원한 2월의 봄’이 공연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공훈국가합창단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자로 김정은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전에는 현지지도 수행자 중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김정은보다 앞섰다.
15일 평양발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주재 외교사절 등이 참석한 행사에서 김정은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을 반주곡으로 사용했다. 김정은을 지칭하는 ‘김 대장’이 되풀이해 등장하는 이 노래가 외교 행사에서 흘러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5일 열린 ‘2·16 경축보고대회’에서 “남조선 당국이 온갖 부당한 구실과 모략책동으로 모처럼 마련된 접촉과 대화의 기회를 파탄시켰다”며 남북대화 결렬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조선 당국이 끝끝내 대화를 파탄시키고 대결의 길로 나간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해 남북대화의 끈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북핵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인 남북대화를 완전히 ‘파탄 내려는’ 것만은 피하려는 기색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생일축하 수중발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9번째 생일을 기념해 하루 전인 15일 평양 주재 외교사절과 외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 창광원 수영장에서 수중발레 ‘영원한 2월의 봄’이 공연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날 보고에서 김정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대를 이어 수령복(福), 장군복을 지녔다”며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치켜세웠지만 김정은을 상징하는 ‘대장복’이라는 표현은 제외했다. 김 위원장 생일 행사에 굳이 후계자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후계에 대한 원로그룹의 거부감을 노출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