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승 교육복지부
담임교사가 밤늦게 집을 찾아왔다, 결혼할 남자를 인사시켰다, 어쩔 수 없이 축의금으로 100만 원을 건넸다, 알고 보니 고급 아파트에 사는 다른 학부모 6명에게도 같은 요구를 했다….
일부의 사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고민 끝에 기사화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계의 비리를 뿌리 뽑으려고 특별감찰팀을 신설한다는 내용과 함께.
하지만 교사의 축의금 요구가 기자에게는 전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슷한 일을 오래전에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어느 날 저녁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인사를 오겠다고 해서 부모님도 나도 어리둥절해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낯선 남자와 함께 나타났다.
남자는 선생님과 결혼할 사이라고 했다. 선생님의 예비 남편은 미술학도였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고 두 사람은 얘기했다. 전시회를 여는데 작품을 사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용건이었다. 그 일이 있은 며칠 후 조각작품 하나가 배달돼 왔다.
방 안에서 엿들었던 선생님과 부모님의 대화는 어린 내게도 꽤나 당황스러운 내용이었다. 유명 교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데다 눈에 띄는 미모로 우상 같은 존재였던 선생님이었기에 더 그랬다.
허탈하기는 기사를 접한 많은 교사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촌지를 받기는커녕 자비를 털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수많은 선생님의 사기를 꺾어 놓기에 충분했을 테니까.
하지만 촌지 수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현실이 교육계의 고질적 병폐로 남아 있다면 불편해도 계속 들춰내야 한다. 사라지지 않는 촌지의 최대 피해자는 교사도 학부모도 아닌 학생이다. 선생님을 우러러보는 어린 학생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어른들이 한 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강혜승 교육복지부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