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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윤두호]나라사랑 ‘꺼지지 않는 불’ 만들자

입력 | 2011-01-22 03:00:00


윤두호 예비역 해군 대위 고 윤영하 소령 아버지

2002년 6월 29일 전국이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있는 동안 북한이 서해에서 기습했다. 당시 참수리 고속정의 정장이었던 내 아들 윤영하 대위를 비롯한 6명의 장병이 북한의 공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아들을 비롯한 젊은 영혼들의 희생은 월드컵의 여운 속에 금세 잊혀졌고, 매년 6월이 오면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자체적으로 추모행사가 열릴 뿐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점을 시정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예우하고자 추모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하고,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거행하기 시작했다. 또 ‘서해교전’에서 ‘제2차 연평해전’으로 명칭을 바꾸고 2009년 아들의 이름을 딴 ‘윤영하함’이 실전에 배치되는 등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정작 국민들의 마음속에서는 내 아들의 희생이 지워진 것이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단지 내 아들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가.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북한의 공격을 막아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또다시 수많은 젊은이가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이름도,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사랑의 정신도 잊어가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도 말했듯이 하나 된 국민은 가장 큰 안보이다. 우리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존경할 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오고, 국민은 하나가 된다. 그러나 최근 국가를 위한 희생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사회 내에서 의견이 나뉘고 갈등이 싹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흔들리는 안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조국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명예를 높이고 온 국민을 하나로 묶을 튼튼한 안보의 상징이 필요하다. 쓰러져간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표징을 만들어 그들의 넋을 위로하면서 모든 국민이 조국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나라가 이러한 상징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의 케네디 묘역, 프랑스 파리의 무명용사의 묘, 캐나다 오타와 의사당 앞 광장,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앞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횃불을 보며 시민들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불태운 고귀한 넋을 추모하곤 한다.

아들이 나온 인천 송도고 정원에는 아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배를 모교는 잊지 않고 존경하며 자랑스러워한다는 뜻에서 2009년 학교 측에서 세웠다. 상(像)으로 남은 아들의 얼굴을 만지며, 나는 내 아들이 허무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속 아픔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흉상을 보는 사람들은 그날을 떠올리며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영령들을 다시 생각해 볼 것 아닌가. 국가적으로 이런 상징물이 존재한다면 온 국민이 그걸 보며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그들을 떠올릴 것이다.

6·25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지났으므로 우리도 선진 외국의 사례처럼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신 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꺼지지 않는 횃불을 국민들의 왕래가 많은 장소에 설치하면 좋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놓은 영혼들에게 드리는 우리의 보답이자 하나 된 대한민국이 영원한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등불로 작용할 것이다.

윤두호 예비역 해군 대위 고 윤영하 소령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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