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와 송파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과 전공노 송파구지부 관계자들이 이달 초 만나 25일까지 청사 10층에 66m²(약 20평) 규모의 노조 사무실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전공노 송파구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박 구청장이 동생의 남편 엄모 씨를 송파문화원 사무국장에 채용하고 비서실장에는 오빠의 동서 신모 씨를 임용한 데 대해 ‘친인척 낙하산 인사’라며 비판해 왔다. 또 지역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주민감사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는 등 박 구청장의 친인척 채용은 구청 안팎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송파구는 “문화원 사무국장 채용을 위해 공고를 냈지만 엄 씨만 응모해 정상 절차를 거쳐 채용됐다”며 “비서실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청장이 임명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엄 씨는 전공노의 문제 제기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 비서실장인 신 씨는 현재 근무 중이다.
송파구가 전공노 송파구지부에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행정안전부가 2009년 12월 전공노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각 행정기관에 사무공간을 내주지 말고 이미 내준 공간도 모두 회수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 어느 행정기관에도 전공노 사무실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이 지침을 어기면 강도 높은 시정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사무실 제공 약속 사실을 시인한 뒤 “정부 방침은 알지만 조직 개편을 통해 사무실 공간에 여유가 생겨 노조에 제공하기로 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