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도 뿌리가 있고 순대도 뼈대가…”
모든 음식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겼다고 말하는 윤덕노 씨. 김윤경 인턴기자·런던예술대 사진학과 2학년
“음식의 천국인 중국은 음식마다 스토리가 있더군요. 사기(史記)에는 닭발 먹는 황제가,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북송의 수도 개봉의 문화를 정리한 책)에는 호떡 장수 이야기가 나와요. 중국의 풍부한 음식문화를 보며 우리 음식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그는 우리 음식의 기원과 역사를 풀어쓴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를 냈다. 관심은 길거리 음식으로 옮겨갔다. 궁중요리나 전통 한식의 연구는 많았지만 길거리 음식에 관한 문화사적 접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음식의 유래를 찾기 위해 동양고전 등 150여 편의 문헌을 뒤졌다.
순대도 ‘뼈대 있는’ 음식이라고 그는 말한다. 동양에서 순대에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에 보인다. 기원전 11세기부터 기원전 8세기까지 중국에서 불린 시와 노래를 기록한 이 책에는 “훌륭한 요리로 곱창과 순대를 준비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낙타 발바닥 요리를 꼽았다. “돼지비계를 푹 삶아서 양념장에 찍어먹는 맛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산해진미로 꼽히는 곰 발바닥 요리와도 비슷하고요. 전에는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안 먹습니다. 동물학대나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는 게 올바른 음식 철학이라고 봅니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던 그는 건강이 안 좋아져 하루 2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고 채식으로 식단을 바꿨다. “음식이 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턱대고 먹은 내게는 독약이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인생과 삶에 대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교훈을 얻었습니다.”
후속편으로 그는 밥의 역사를 정리한 ‘신의 선물’(가제)이란 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밥은 신이 준 선물로, 없으면 생명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동서양 신화에 쌀 옥수수 밀가루는 신이 준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비만의 주범으로 여겨지니 아이러니입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