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전용 아르코예술극장, 이례적 스트리트댄스 무대
극장이 열리고, 거리의 춤이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스트리트댄스 공연 ‘스트리트잼’ 휴식시간 도중 로비에서는 또다시 춤판이 펼쳐 졌다. 사진 (booba) 이영호 씨
지난해 12월 29, 30일 오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초연된 현대무용 안무가 안애순 한국공연제작센터 예술감독의 작품 ‘온 더 무브’의 한 장면이다. 무용수들은 때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들고 춤을 추거나 나아가 이를 무대장치로 활용하기도 했다. DJ 소울스케이프가 작곡한 음악은 한국무용과 힙합, 현대무용 어떤 춤에도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극장이 열린다’는 이 공연의 상징성은 31일 오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또 다른 형태로 재현됐다. 무용전용극장으로 주로 현대무용 작품이 오르는 이 극장에서 한국 스트리트댄서들의 최대 행사인 ‘스트리트잼’이 공연된 것이다. 2000년 시작돼 8회를 맞는 스트리트잼은 아마추어와 프로 댄서들이 자유롭게 출연해 짧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이번 행사에는 50여 개 팀이 출연했다.
2시간에 걸쳐 공연이 이어진 뒤 20여 분의 짧은 휴식시간이 있었지만 춤은 멈추지 않았다. 로비에 나온 관객들은 곧 둥글게 서서 무대를 만들었다. 한가운데에서 댄서들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춤을 추자 공연할 때와 다름없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공연은 시작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9시경에야 끝났다.
관객 안치혁 씨(20)는 “작년 스트리트잼은 스탠딩 공연이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나이 드신 분들도 관객으로 와 계신 걸 보니, 이런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덕분에 스트리트댄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용 스트리트잼 총감독은 “그동안 한국 스트리트댄서들의 실력에 비해 극장 시설이나 공연 시스템이 뒷받침해 주지 못한 면이 있다. 스트리트댄스에도 철학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좋은 극장에서 더 많이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리트잼과 안 예술감독의 작품은 29∼31일 힙합과 현대무용의 만남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온 더 무브’의 하나로 펼쳐진 공연이다. 이 밖에도 29, 30일에 각각 힙합댄서와 현대무용수가 함께 아마추어댄스팀을 지도해 창작한 작품들과 ‘몰입’ ‘밥스터 스캣’ ‘플로어 에세이’ 등 프로 스트리트댄스팀의 작품도 무대에 올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최유정 인턴기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허찬미 인턴기자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