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상에 서주희-길해연 씨, 고선웅 씨, 작품-연출상 2관왕
올해는 예심에 오른 작품이 35편으로 예년보다 풍성했던 데 비해 특정 작품에 상이 몰리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관왕은 ‘칼로 막베스’가 유일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높아져 부문별로 눈에 띄는 작품은 많았던 반면 종합적 완성도 측면에서 압도적인 작품은 보이지 않았다”며 연극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미래 감옥을 배경으로 한 액션 드라마로 풀어낸 ‘칼로 막베스’(왼쪽)와 무대 위에 집을 지어가면서 집에 얽힌 인문학적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낸 ‘1동 28번지 차숙이네’. 사진 제공 극공작소 마방진·극단 놀땅
반면 ‘1동 28번지 차숙이네’(최진아 작·연출)는 심사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독특한 작품이고 나름대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였지만 연출상, 희곡상, 새개념연극상 중 어느 상을 주어야 할지를 놓고 심사위원별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집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실제 무대 위에 집을 지어가면서 벌어지는 대소사를 토대로 집에 얽힌 인문학적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 나갔다. 올해 희곡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이 작품과 ‘루시드 드림’(차근호 작)으로 표가 분산된 가운데 ‘뚜렷한 작품이 없으면 선정작을 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연기상은 남자배우 없이 두 명의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대학살의 신’의 서주희 씨와 ‘사랑이 온다’의 길해연 씨다. 서 씨는 아이들의 싸움에 따라 우아한 중산층 가정주부의 교양을 벗어던지고 감정의 밑바닥까지 들춰내는 아네뜨 역을 하면서 실감나는 구토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길 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아들이 아버지를 닮은 짐승으로 변해 돌아온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는 ‘매 맞는 아내’를 절제된 내면 연기로 그려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3층 회의실에서 동아연극상 최종 심사를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이병훈(연출가) 최치림(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김중효(무대미술가·계명대 교수) 이진아(평론가·숙명여대 교수) 김방옥(평론가·동국대 교수) 김윤철(국제연극평론가협회 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복근 씨(극작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무대미술·기술상은 ‘소설가 구보 씨의 1일’에서 무대디자인과 미술감독을 맡은 여신동 씨에게 돌아갔다. 1930년대 경성(서울)의 세태를 묘사한 박태원 원작 소설의 평면적 내러티브를 다양한 무대 효과를 통해 입체화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를 내지 못했던 새개념연극상은 실험극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를 연출한 이경성 씨에게 돌아갔다. 배우들이 소파를 들고 청계천과 광화문 일원을 이동하며 연극적 상황과 일상적 상황을 묘하게 뒤섞은 이 작품은 엽기적 분장을 한 여배우를 일반인으로 착각한 누리꾼이 올린 ‘광화문 괴물녀’라는 제목의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