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님은 “남들이 ‘일제고사’라고 말하는 시험을 반대하는 철학은 학자의 권리다. 그러나 행정을 책임지는 교육감이라면 ‘시험을 보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행정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21일 예정했던 중학교 1, 2학년 대상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보지 않은 걸 두고 한 말이었다. 서울지역 학생들은 이날 시험 대신 ‘문예체 인성교육’을 했다. 이 선생님은 “시험 거의 한 달 전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알렸다면 미리 대체 프로그램을 섭외해 일선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 절차’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며 “몇몇 학교에서 생색을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날 무얼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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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및 두발 자율화에 대한 의견은 듣지 못했지만 이 선생님이라면 “전면 무상 급식을 실시하는 주요 철학이 가난한 학생들의 ‘낙인 효과 방지’인데 교복 자율화는 빈부 차이를 오히려 더 드러내는 것 아니냐. 철학의 일관성을 떠나 행정의 일관성이 의심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이 철학-행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장관은 자기 교육 철학을 시험해 보는 자리가 아니다”고 이 장관을 비판한 적이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연 세미나에서 ‘자율형사립고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이 장관은 “학계의 공통 견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학자로서 자기 교육 철학을 앞세웠다.
교육 행정은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다. 교육 행정에서 철학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독선은 정말 위험한 것’이라는 기본 철학부터 행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