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양윤옥 옮김 632쪽·1만4500원·은행나무
다섯 명의 인물 얘기를 교대로 들려주는 소설 ‘꿈의 도시’에서 경제발전의 불균형, 격심해지는 빈부격차 등 일본 사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 사진 제공 은행나무
‘공중그네’의 괴짜 의사 ‘닥터 이라부’를 기억하는 많은 독자는 이번 소설에서 또 어떤 기발한 인물이 만들어졌을지 궁금할 법하다. 작가 자신이 “스토리보다는 이야기 속에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대로, 그의 소설이 가진 매력은 캐릭터다. ‘꿈의 도시’에 나오는 캐릭터는 다섯 명. 그것도 ‘주인공+조연들’의 구성이 아니라 모두 고른 무게감을 갖는다. 작가는 이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들려주는 방식으로 소설을 끌어간다.
무대는 ‘유메노’라는 인구 12만 명의 지방 도시(작가가 만들어낸 공간이다).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그나마 남은 사람들은 생활보호비를 받을 궁리만 하고 있다. 이혼율은 늘고, 주부들은 매춘에 나선다. 이 ‘꿈의 도시’에 사는 다섯 명의 주인공은 저마다 처한 삶을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찾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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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유야는 아기로 인해 삶의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고, 호리베 다에코는 사이비종교 간 세력다툼에 휘말리면서 직장을 잃고 사이비종교의 실상에 눈을 뜬다. 야마모토 준이치는 시민단체의 반대 운동을 무마하고자 야쿠자를 고용하지만, 이들이 시민단체의 리더를 납치하자 곤경에 처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명랑한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메시지가 꽤 무겁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통해 일본 사회의 현재를 고발한다. 대도시와 소도시 간 빈부와 문화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대기업의 횡포를 소시민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저마다의 분노를 격렬한 방식으로 폭발하도록 함으로써 강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