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러한 논쟁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인지 여부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판단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지국가라고 우겨도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 물론 반대도 성립할 수 있다. 복지국가 여부에 대한 현실인식이 중요하긴 하지만 국민적 정서를 도외시한 현실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보장비 비율이나 정부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율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만을 가지고 복지수준을 판단하다가는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복지는 공공재정과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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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첫째, 복지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원은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이 특히 그러하다. 더 많은 혜택을 받으려면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부담과 급여 비례의 룰을 정해야 한다.
둘째, 빈곤계층에 대해서는 예방 치료 재활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료에 해당하는 빈곤층의 생계 및 의료지원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니 말할 것도 없고, 예방에 해당하는 빈곤추락방지프로그램과 재활에 해당하는 빈곤탈출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다 중요하지만, 질병예방이 건강관리의 으뜸이다. 병에 걸린 뒤의 치료는 다음 문제다. 빈곤 문제 역시 예방이 정책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
셋째, 복지서비스는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획일적인 서비스를 맞춤형, 개별형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고 복지체감도가 높아진다.
넷째, 복지전달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민간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고 현장서비스인력을 대폭 보강해야 할 것이다. 또 부처 간 업무조정시스템을 구축해야 복지예산의 중복과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지역별 복지인프라 격차를 완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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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논쟁의 주인공은 국민이다.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어가는 복지국가논쟁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떠할까? 바람직한 복지국가모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합의를 모색하는 일이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창진 CHA의과학대학 보건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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