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규명 협조자 감형’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년 4개월 만에 수사를 재개한 C&그룹 비리수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경기 고양시 식사·덕이지구 비리의혹 수사는 수사 초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들이다. 그러나 수사기간이 2, 3개월 지났지만 이 의혹은 조금도 규명되지 않은 채 검찰은 계속 횡령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진술 확보와 자금추적이라는 ‘낡은 칼’로는 수사가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법무부가 21일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범죄 수사를 위해 ‘새로운 무기’를 달라”는 검찰의 강한 염원이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4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은 “입에 의존하는 수사는 하지 말라”는 내부방침을 세웠다. 뇌물을 건넸다는 사람의 진술은 법정에서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고, 검찰에서의 진술보다는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두는 최근 법원의 재판 경향에 비춰 볼 때 진술 증거만 갖고 기소했다가는 판판이 무죄 판결을 받게 되리라는 점을 검찰이 체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범죄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검찰엔 부담이 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수사처럼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뚜렷한데도 피의자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면 검찰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