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장점만 보던 구애시절 지나… 부대끼며 살 부부단계로”
최근 한중 외교 갈등과 관련해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가운데)와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왼쪽),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 19층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한중 양국의 공생과 윈윈을 위해서는 구동존이의 자세를 벗어나 화이부동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준규 원장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32년 만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급부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흥규 교수=최근 중국의 부상이 ‘급부상’으로 인식된 것은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의 정치 경제력이 급속히 쇠퇴하고 중국의 힘이 부각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이제 적어도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메가 파워 시대’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이준규 원장=중국의 급부상은 시기적으로 앞당겨진 느낌은 있지만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발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며 위기가 아닌 기회다.
―중국의 급부상이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서진영 명예교수
―중국의 대(對)한반도 기본정책과 우리와의 차이는….
▽김 교수=중국의 대한반도 기본정책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와 같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화를 반대하지만 동시에 북한의 붕괴를 초래할 어떤 압박과 봉쇄에도 반대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이 원장=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지지하는 점에서 우리와 같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대처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한중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를 피할 수는 없나.
▽김 교수=최근 양국 갈등은 중국 측의 전략적 사고의 유연성 부족과 중국의 국가 이익과 한반도 문제의 민감성에 대한 한국 측의 이해 및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양국 정부 간 신뢰 부족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 원장=한중 양국이 수교 이후 18년간 이룩한 비약적인 관계 발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최근 갈등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심각한 외교적 갈등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북한 문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가.
김흥규 교수
▽김 교수=우리가 맺고 있는 한미 동맹과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절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 있는 상태에서 중국 역시 한미 동맹의 역할을 인정한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한미 동맹이 중국에 적대적인 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안마다 연미통중(聯美通中)과 연미화중(聯美和中), 연미연중(聯美聯中)을 적절히 배합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이 원장=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는 ‘제로섬게임’이 절대 아니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이 지역 정세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오고 있다. 한미 동맹이 미중 갈등 시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2년쯤 뒤엔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온다. 중국 외교의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처 방안은….
▽서 교수=시진핑 시대엔 중국인의 중화주의적인 목소리가 외교에 좀 더 많이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돌출적인 사안에서 중국이 오만해졌다는 얘기를 더 듣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 등 서방세계와 협력을 유지하려는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을 유지할 것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전략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상호 공존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북핵 문제 등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北이 끼어들면 삐걱대는 韓中 관계, 왜? ▼
최근 들어 북한 문제가 한중 양국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북 관계가 공존과 공영보다는 상호 대결로 치달으면서 엉뚱하게 한중 외교의 핵심 갈등 사안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중 양국이 똑같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데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
중국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의미한다. 나아가 북한 존재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북한의 붕괴는 곧바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일이라고 중국은 해석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과 북한의 붕괴 방지 중 택일하라면 여전히 북한의 붕괴 방지를 선호한다. ‘불장난’ 때문에 괴롭기는 하지만 북한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존재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경쟁 상대인 미국과의 사이에서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나아가 되레 경제지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만나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한국으로서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북핵이 우선적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핵무기가 없는 북한을 만들어야 한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으로 5000만 국민의 생명이 영속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통일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도 하나의 선택 가능한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중국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따른 대북 제재도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고통을 줄 정도이지 중국처럼 곧바로 북한의 붕괴를 일으킨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통일 문제 및 통일 이후의 한중 관계까지 고려해야만 대북 제재, 나아가 북한 문제 전반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남북 관계를 잘 관리해 대립과 충돌이 없으면 북한 문제로 중국에 매달릴 필요도 전혀 없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좌담회 참석자
○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고려대 세계지역연구소 연구교수 △한중 전략대화 참여자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현)
○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미국 워싱턴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서울평화상 심사위원회 위원(현) △한중전문가공동연구위원회 위원장(현)
○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
△외무고시 12회 △재외동포영사대사 △주뉴질랜드 대사 △주중 대사관 총영사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재외동포영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