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찢어지고 갈비뼈 부러져…정국 냉각 우려
◆난투극 예산국회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10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 폭력국회가 재연됐습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난투극을 벌였는데요, 결국 현 정부 들어 3년 연속으로 예산안이 제1야당의 불참 속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김정안 앵커) 왜 매년 해외토픽에나 나올 국회의 '꼴불견 행태'가 반복되는지, 앞으로의 정국 전망은 어떤지 국회에 출입하는 정치부 이재명 기자에게 물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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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당직자 수백여 명이 서로 얽히고 설켜 압사 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습니다. 취재를 하던 저도 사람들 사이에 끼어 한동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본회의장 정문 앞과 국회의장실로 통하는 복도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습니다. 한나라당의 출입을 막으려는 민주당과 이를 뚫으려는 한나라당이 격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유리창과 대형화분이 박살나고 의자나 탁자 수십 개가 부서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어느 보좌관은 입술 주변이 찢어져 20바늘이나 꿰맸고, 코뼈나 갈비뼈가 부러진 보좌관도 있었습니다.
의원들 간의 몸싸움도 살벌했습니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아예 서로 주먹다짐을 해 강 의원은 입 안쪽을 8바늘이나 꿰맸습니다. 본회의장 안의 국회의장석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손가락이 부러졌고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와이셔츠가 완전히 찢어진 데다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국회는 격투기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김 앵커) 정말 심각했군요. 그런데 이제와 여야는 서로 난투극의 책임이 있다며 '남의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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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나라당에게 허를 찔린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여러 차례 이번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9일까지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헌법에 명시한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이 지난 마당에 그렇게 서둘러 예산안을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무성 원내대표는 '속전속결'을 택했고, 박희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의 길을 터줌으로써 2002년 이후 8년 만에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안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3년 연속 제1야당인 민주당에 불참 속에 예산안이 통과되는 헌정사에 불미스런 기록도 남겼습니다.
(신 앵커) 그런 와중에도 주요 정치인들은 지역구 예산을 톡톡히 챙겼다면서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 중에서 도로나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1335억 원 증액됐습니다. 이중 상당액이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주영 예결위원장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옛 마산에는 최소한 360억 원이 증액 지원됩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서갑원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도 최소 22억 원의 예산이 추가됐습니다.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도 과메기산업화 가공단지 조성 등 각종 지역사업에 1369억 원이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밖에도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의 지역구 예산이 늘어났습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지역구 예산도 대부분 챙겨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예산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산 전쟁 와중에도 지역구 예산만큼은 철저히 나눠먹은 데다 국회의원 세비는 여야 합의로 5.1% 인상해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앵커) 앞으로 상당기간 정국이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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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말까지는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폭력국회의 악순환을 끊겠다며 국회 질서유지나 폭력방지를 위한 각종 법을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일단 민주당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한미 FTA를 비롯해 내년 최대 이슈가 될 개헌 문제 등을 논의하려면 민주당을 달랠 수밖에 없어 여야 간 물밑접촉도 활발히 진행될 전망입니다. 국회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