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국회 측이 예전과 달리 본회의장 취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장은 국회 본청 건물 4층으로 연결된 통로를 통해 기자석, 방청석으로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곳에서 본회의장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방청석은 의장석 단상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좌우로 넓게 설치돼 있다. 기자석은 방청석 좌우 귀퉁이에 좁게 마련돼 있다. 그래서 기자들은 매번 본회의장을 취재할 때 기자석보단 단상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청석을 이용한다.
국회 경위들은 8일 “본회의가 오후 2시에 개의하면 열어주겠다”며 기자들의 기자석 출입마저 가로막았다. 기자석은 보통 본회의 예정시간 훨씬 전부터 개방하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기자들은 당시 오후 1시 반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밀고 들어오는 장면을 보려 했지만 국회 경위들은 “지시를 받았다”며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사무처는 오후 2시경 여야 의원들이 거의 다 본회의장에 들어온 뒤에야 출입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가 초반 회의장 ‘몸싸움’ 현장을 촬영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9일 “폭력이 행사되는 국회 본회의장 장면이 적나라하게 국민에게 전달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출입을 막은 배경을 설명했다.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을 손으로 가린다고 가릴 수 있을까. 국회가 잠시 언론의 시선만 가리면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구태를 보인 것 같아 씁쓸하다.
최우열 정치부 dnsp@donga.com
▲동영상=국회 난장판 속 정부좌 손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