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전속결 여권 4대 포인트
여야가 7일 저녁부터 대치하면서 8일 오후 한나라당 단독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시간 정도였다. 평소 연말에 임박해 이뤄지던 예산안 처리 시기도 20일 정도 앞당겨졌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 MB는 왜 ‘9일 시한’을 고집?
청와대는 4대강 예산 등에 대한 야당과의 타협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예산안 처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도발 후 나타난 국정 불안을 조기에 정리하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는 듯하다. 이런 정무적 판단 아래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자 “당연한 일”이라며 9일 이전 처리를 독려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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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은 왜 서둘렀나?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가 야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하리란 관측은 낮았다. 당내에서조차 9일 정기국회가 끝난 후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연말에나 예산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평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원만한 관계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처리 후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 심의에서 야당이) 지연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예산안 처리를 시도했다가 야당의 방해로 실패하면 예산안 처리가 더 미뤄질 수밖에 없어 ‘거사일’을 8일로 앞당겼다는 설명도 했다.
○ 박희태는 왜 총대를 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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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은 7, 8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예산부수법안과 주요 법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등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8일 낮 여야의 물리적 대치가 계속되자 단호하게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가 사전에 치밀히 준비했음을 내비쳤다.
○ 20시간 만에 단독처리가 마무리된 배경은?
한나라당이 20시간 만에 새해 예산안 기습 처리에 ‘성공’한 것은 ‘전략’이 치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산안이 본회의에 앞서 거쳐야 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8일 오전 11시 예결위 회의장이 아닌 본청 245호실에서 열렸다. 국회법상 예결위 개최는 장소에 상관없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었다. 예결위에서 의결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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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이건 수치”라고 소리쳤다. 당 원내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소통관계를 자신하던 이 장관에게 세게 한 방 먹은 것”이라고 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