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50년 소리여행’ 예술경계 허문 환상적 무대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의 50여 년 작곡 활동을 기념한 헌정 공연은 선후배 간, 예술 경계 간 장벽을 허무는 화합의 축제였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기획
사회자 이금희 씨가 헌정 공연을 맞은 소감을 묻자 작곡가 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명인(74)은 이렇게 말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0 황병기의 소리여행, 가락 그리고 이야기’.
국악뿐만 아니라 록 음악, 무용, 미술을 하는 후배 예술가 52명이 참여해 황 명인의 작곡 활동 50여 년을 기린 자리였다. 3층 객석까지 가득 메운 관객 2000여 명도 큰 박수와 함성으로 축제에 동참했다.
일본 기타리스트 야마시타 가즈히토와 그의 딸 가나히는 ‘숲’을 정갈한 소리로 풀어내 가야금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미궁’은 록그룹 ‘어어부 프로젝트’의 손에서 한층 기괴하고 음침해졌다. 귓전을 찢는 전기 기타 소리에 “까악∼”, “으∼허∼”라는 괴성, 손과 입에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색을 칠한 무용가 안은미의 춤사위까지, 한층 선연한 개성을 입힌 무대였다. 끝으로 황 명인이 ‘달하 노피곰’을 직접 연주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황 명인은 “오늘 (관객이) 많이 오신 것을 보니까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중간중간 황 명인과 이금희 씨의 해설은 공연의 의미를 짚어보는 데 충분했지만 두세 차례 출연진 교체 시간이 길어져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도 남겼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