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단 ‘젊은 조직’으로
“앞으로 모든 리더는 젊음 외에도 리더십과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라야 맞지,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는다.”(10월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 같은 ‘젊은 조직’ 발언은 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총 9명의 사장 승진 내정자 가운데 5명이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만에 사장을 달았다. 신임 사장단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낮아졌다. 특히 김재권 삼성전자 부사장은 임원이 된 지 9년 만에 삼성LED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보통 삼성에서 임원이 된 뒤 사장까지 가는 데 13∼15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반면 이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60대 이상 부회장들은 경영 일선에서 대부분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말 이상대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과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에 이어 올해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64)이 대표이사직을 뗐다. 이로써 대외 업무에 주력할 이들을 대신해 김순택-최지성-강호문 부회장이 이재용-이부진 사장 등 3세들과 손잡고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던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61)이 이번 인사에서 용퇴했으며, 이학수 김인주 고문과 최광해 부사장 등 전략기획실 시절 3인방도 물러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삼성이 신수종 사업에 적극 나섬에 따라 관리에는 강하지만 공격적인 투자에는 보수적이었던 재무통들이 대거 정리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