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신릉초교 학생들이 학교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를 수확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농림진흥재단
배추를 수확한 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 그러나 올 4월 경기농림진흥재단(농림재단)의 ‘학교농장’ 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450m²(약 140평) 규모의 텃밭으로 탈바꿈했다. 학교 측은 농림재단의 지원을 받아 땅을 일구고 다양한 농작물 씨앗과 농기구를 구입했다. 또 ‘리틀파머(little farmer)’로 선정된 학생들은 돌아가며 농장을 관리했다. 이렇게 해서 수확한 고추, 상추, 고구마, 방울토마토 등은 전교생을 위한 반찬과 간식거리로 제공됐다.
○ “학교에서 농사를 지어요”
농사에 필요한 기술은 ‘농촌사랑 1교1촌 자매결연’을 통해 해당 마을 농민들로부터 직접 전수받았다. 각 학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주말이나 현장학습의 날에 직접 자매결연 마을을 방문해 농사를 체험하며 기술을 배웠다. 학교농장을 무대로 다양한 체험활동도 펼쳐졌다. 신릉초교는 농작물 캐릭터 그리기 과정을 진행했고 매화초교는 농작물 사진 및 그림전시회를 열었다. 이 학교는 또 지난달 17일 학교 축제 때 자매결연한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마을 주민과 함께 직거래 장터를 열기도 했다. 이천시 부발읍 효양중학교는 직접 기른 농작물과 함께하는 ‘삼겹살 파티’를 마련해 학생, 교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곽원규 보평중 교장은 “여러 체험학습 가운데 학교농장이 가장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내년에는 시설 규모를 늘려 더욱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친환경 채소로 입맛도 바뀌어
학교농장은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학생들의 입맛도 바꿔놓았다. 학생들이 수확한 상추 오이 고추 등을 급식재료로 사용한 화성시 우정면 우정초교에서는 저학년 학생들의 채소류 반찬 선택이 크게 늘었다. 우정초교 학부모 권은실 씨는 “평소 채소는 입에 대지도 않던 아이가 자신이 키운 상추라며 집에서도 잘 먹고 있다”며 “학교농장 덕택에 아이 식습관까지 달라졌다”고 말했다. 농림재단은 학교농장 사례집을 만들고 표준 매뉴얼을 제작해 각급 학교의 농장 조성을 도울 계획이다. 농림재단 관계자는 “학교농장의 사업 규모는 작지만 학생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크다”며 “내년 초 신청을 받아 새로운 대상 학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