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아무도 없는 의류매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두고 매장 주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8억여원의 보험금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주인을 방화범으로 지목,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26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강모(36)씨가 운영하는 경북 구미시의 한 상설 의류매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때는 2008년 3월23일 새벽. 관할 소방서는 고의로 불을 내는 데 필요한 물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화 개연성을 배제했다.
하지만 이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에서의 조사 결과 다른 정황들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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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에게 매장을 넘겨준 장모 씨와의 연결고리도 의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강 씨가 매장을 인수하고서도 실질적인 운영은 장 씨가 계속 담당해 온 것이다.
강 씨가 고용한 종업원은 장 씨의 친동생이었으며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장 씨가 지급하기도 했다. 강 씨는 매장에 대한 사업자 등록을 마친 이후에도 상품 출고 내역서 등에 '사장'이 아닌 '과장'이라는 명칭으로 기재됐다.
게다가 장 씨는 2007년 3월 또 다른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5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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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가 화재 당시 찜질방에 있다가 전화를 받고 급히 뛰어나가는 모습도 CCTV에 남아있어 유력한 알리바이로 작용했다.
경찰 조사가 일단락되자 강 씨는 화재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고, 보험사 측은 고의로 불을 낸 것이라며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강 씨와 장 씨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을 뿐 용의자로 입건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보험사 측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21부(김주현 부장판사)는 "창고의 열쇠를 갖고 있던 강 씨가 장 씨와 공모해 제3자를 시켜 고의로 창고 내부에 불을 지른 뒤 빠져나오며 후문을 잠근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험사는 8억1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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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