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인 희생자 2명 사연
“다음 달 2일이면 일을 끝내고 가족 품으로 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첫 민간인으로 확인된 건설인부 김치백(60), 배복철 씨(59)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외딴섬에서 성실하게 일해 온 가장들이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자녀를 출가시키고 부인(58)과 살고 있는 김 씨는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아 몸이 불편했지만 다음 달 2일 이사를 앞두고 목돈이 필요하자 5개월 전부터 공사현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이삿날에 맞춰 일을 그만두고 연평도에서 나와 부인과 함께 새집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했지만 끝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 씨의 부인은 “세 살배기 손자를 그렇게 예뻐했지만 자주 볼 수 없어 늘 아쉬워했는데,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는데 돈 벌러 갔다가 처참하게 저세상으로 갔다”며 오열했다.
30년 넘게 미장공으로 일해 온 배 씨도 매달 300여만 원씩 받는 월급을 한 푼도 손대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하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현장 반장인 김 씨는 현장을 쭉 지켜왔고, 배 씨도 매일 여객선으로 출퇴근하기 힘들어 주변 여관과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다. 두 사람은 이날도 공사현장의 컨테이너 사무실에 남았다. 30여 분 뒤 나루터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던 손 씨는 포격으로 마을에 검은 연기가 치솟자 김 씨에게 곧바로 휴대전화를 걸어 “나루터 인근과 마을에 포탄이 터지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방공호로 대피하지 않고 컨테이너 사무실에 머물다 변을 당했다. 특히 김 씨는 오후 3시 반경 가족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통화한 뒤 연락이 끊겼다. 두 사람은 포탄을 맞아 심하게 찌그러진 컨테이너 사무실 주변에서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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