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들의 자취’展 23일 개막
“튀어나온 못이 얻어맞는다.” 처음 교수가 됐을 때 일본에 있던 어머니가 김용일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보낸 편지(왼쪽). 김 교수는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기고 학문에 정진했다고 말했다. 이만영 한양대 명예교수는 1950, 60년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손때 묻은 로열 타이프라이터를 사용했다(오른쪽). 타이프를 두드리며 학문에 매진한 그는 한국의 정보혁명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 12월 3일까지 학술원 1층 미술관서
원로 학자들이 간직해 온 다양한 자료가 한자리에 모인다. 대한민국 학자들에게 ‘명예의 전당’ 격인 대한민국학술원이 2010년 정책연구의 일환으로 23일부터 12월 3일까지 서울 반포동 학술원 1층 미술관에서 여는 ‘기록으로 보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들의 자취’전이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교수가 연구 기록물은 물론이고 동료들과 주고받은 편지, 사진까지 대학 자료관에 기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6·25전쟁 직후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한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는 “연구발전 역사를 알려면 학자들의 다양한 기록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역대 회원 230명 중 고인이 된 6명을 포함해 27명의 회원이 참여했고 300여 점의 기록물을 전시한다.
이두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간직하고 있던 한국신연극사 초고.
권 교수는 1947년 8월 31일 받은 국립서울대 제1회 졸업장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국한문으로 적힌 졸업장은 ‘단기 4280년’으로 연도가 표기됐고 제1대 총장인 미국인 해리 엔스테드 박사의 사인이 적혀 있다. 정동윤 고려대 명예교수는 초중고교 졸업장과 학장, 대학원장, 판사 임명장 등을 내놓았다.
“학생 때 공부에 게으름 피우며 삐뚤삐뚤 쓴 글씨와 강의를 준비하며 반듯하게 쓴 글씨를 비교해 보니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1963년 서울대 재학 시절 고 이기백 교수의 한국중세사 수업을 들을 때 필기한 노트를 내놓았다. 이 위원장은 “이 교수님은 결강 한 번 없이 충실하게 수업을 하셨어요. 그런데 난 그때 글씨가 곱지 않아서 이거 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외에 2000년 외규장각 도서 등가교환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와 회의록 등도 제출했다. 기우항 경북대 명예교수도 1963년 대학원 노트와 강의노트, 연구노트 등을 내놓았다.
김준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저술 시 참고한 문헌을 카드로 정리한 것. 사진 제공 대한민국학술원
학술원 측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학술원의 자료·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기록 보존 운동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권이혁 교수는 “학자들의 연구 활동 역사는 곧 대한민국 학문 발전사인 만큼 기록 보존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낮 12시∼오후 1시 비공개). 토 일요일 휴무. 02-59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