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데이트
(박제균 앵커)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 많죠. 은퇴 후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본격적으로 배낭여행을 시작해 국내 최초로 세계일주 인증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구가인 앵커) 세계일주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가고 싶은 곳이 많다는 이해욱 전 KT 사장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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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전 KT 사장의 해외여행 역사는 1970년대 초 업무 차 떠난 일본 출장에서 시작합니다.
(인터뷰) 이해욱 / 전 KT 사장
" 문화적인 쇼크를 굉장히 받았던 거 같아요. 어린 아이들이 책 한권으로 인생이 좌우된다고 하는 것처럼. 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 위험한 것,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이게 처음 일본 출장 가서부터 남달랐던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1960년대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국내 정보기술 1세대로, 체신부 차관과 KT사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 시행 전에도 출장을 통해 40여 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은퇴 후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부인 때문입니다.
(인 터뷰)
"저는 외국에 대해 많이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희 집사람은 공감을 하지 못하잖아요. 집사람의 경우 제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건 집사람이 의사예요. 그 당시 의사는 컨퍼런스엔 맘대로 다녔어요. 그런데 집사람은 거의 안 갔어요. 왜냐면, 요새도 공직자 어디가면 뒷말이 많은데 그 당시엔 더했어요. 외국 가는 게 드물어서 거기 가서 뭐 사왔다는 둥. 자기는 그런 말 듣기 싫으니까 은퇴하면 여행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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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여 개국을 부인과 함께 다녔지만 2007년 시작한 아프리카 대륙 탐험은 치안문제로 이 전 사장 혼자 일본여행팀에 합류해 다녔습니다.
(인터뷰)
"처음부터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요. 남미를 끝내고 나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이거 하나 차질 없이 끝냈으니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태평양 섬나라 가고, 아프리카 가니까... 아프리카만 가면 전 세계를 다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여행 동안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무비자인 줄 알고 갔다가 추방된 적도 있고 풍토병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여행 중엔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현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풀려났습니다.
(인터뷰)
"친구들이 뭐라고 하냐면, 야 부러운데 크레이지다.(웃음) 이런 거랑 마찬가지더라고요. 저희 고등학교 때 영화관 가지 말라, 가지 말라 하면 더 가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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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잡지의 여행자료를 수집한 수십 권의 스크랩북, 여행지를 다니며 꾸준히 기록한 90권의 다이어리, 200여개의 비디오 영상이 그의 열정을 말해줍니다.
(인터뷰)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건강, 돈, 시간. 그 말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평면적으로 봤을 때 세 개 요소지, 그 위에 하나 더 올려야 한다. 그게 뭐냐... 내가 이 세계 여행을 다니는 열정이 있느냐."
올해 3월 남미 가이아나를 끝으로 192개국 세계일주를 마쳤습니다. 전 세계 195개 독립국 가운데 정부가 여행을 금지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한국기록원은 지난달 이 전 사장에게 인증서를 수여했습니다. 인증서를 받고 그는 생전에 세계일주를 꿈꿨던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인터뷰)
" 지금도 생소하지만, 그 당시 세계 일주는 상상도 못하잖아요. (어머니의 꿈을 이루신거네요.) 그래서... 요번에 이걸 끝나고 인증서 가지고 사실은 어디 갔냐면. 어머니 묘가 광주 가까운데 있어요. 거기 가서 인사부터 한 게 그런 이유 때문에."
72 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을 자랑하는 이 전 사장은 여행이 주는 에너지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강조합니다.
(인 터뷰)
"생기, 그 생기가 중요하다고 봐요. 여행이란 게 가서 보고 좋다... 이것도 좋지만 거기서 나온 에너지 그게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지금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라고 말하는 이 전 사장은 여전히 오지여행에 대한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지금까지 여행을 정리한 여행서를 출간한 후, 다시 여행을 떠날 계획입니다.
(인 터뷰)
"1차적으로는 못 간 나라를 가야죠. 그리고 여건이 되면 남극과 북극을 가고 싶다는..."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