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바로 ‘이 여자랑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니 말이다. 지금도 나의 요리는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몇몇 예쁜 그릇을 빼면 우리 집 부엌살림은 보잘것없다. 낡은 프라이팬도 그냥 쓸 정도이지만, 아이들 음식을 만들 조리기구는 좋은 것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라희를 가졌을 때, 아니, 사실 임신한 줄도 몰랐을 때 오사카 여행을 가서 장차 아이가 태어나면 이유식을 해주겠노라고 세일기간에 ‘휘슬러’의 미니냄비를 장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고급스러운 카키색에 반해 ‘로얄베크’ 냄비를 구입해 잘 쓰고 있다.
어렸을 때에는 살림살이를 뭐 하나 버리지 못하는 엄마가 이상했는데, 지금 내가 엄마 모습 그대로다.
몇 년째 새로운 식기를 장만하려고 벼르고 있지만 매번 ‘이것도 쓸 만한데’라고 생각하고 다음으로 미루고 마는 것.
그런 내가 예외적으로 욕심을 내는 것은 커피잔이다. 해로즈 백화점에서 구입한 앤 여왕이 그려진 클래식한 것부터 ‘에르메스’의 럭셔리한 커피잔, 그리고 해외 출장 때 빈티지 숍에서 단돈 만 원에 건진 빈티지 찻잔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정리·박미현<더우먼동아 http://thewoman.donga.com 에디터 aammy1@naver.com>
글·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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