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절에 맞춰 제자리에 복원된 광화문 현판에 균열이 생겼다. 광(光)자 왼쪽에 위아래로 길게 금이 갔고 화(化)자 아래도 일부 금이 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재료로 사용된 소나무가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현판으로 제작돼 균열이 생긴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현판 제작에 참여한 장인(匠人)들은 “나무를 베어 3년 넘게 충분히 말렸다”고 반박한다. 정확한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공기(工期) 단축의 후유증일 가능성도 있다. 광화문 복원은 당초 올해 말 끝날 예정이었으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광복절에 맞추기 위해 두 차례 앞당겨졌다.
▷문화재청은 “육송(陸松)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으로 덕수궁 대한문 현판도 나무에 금이 가 있다” “건조한 가을 날씨로 현판에 사용된 나무가 수축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완공한 지 석 달도 안 돼 현판이 갈라진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재(人災)다. 문화유산을 복원하려면 예상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단 책임을 회피하고 보자는 공무원들의 구태(舊態)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