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관세환급제로 작년 2000억 돌려받아美 “EU처럼 환급액 제한” 요구… 양측 팽팽
4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논의를 위한 양측의 실무협의가 재개된 가운데 미국이 우리 자동차 업체가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미국에 완성차를 팔 때 부품 수입분에 대해 낸 관세를 되돌려 받는 관세환급제의 축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환급제 인정은 한미 FTA 타결 당시 우리나라가 주요 협상 성과 중 하나로 내세웠던 것이다.
관세환급제도가 금지 내지 축소될 경우 우리 자동차 업체는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우 이 제도로 작년 한 해 돌려받은 관세가 2000억 원이 넘고 협력업체들 역시 이로 인한 수익개선 효과가 업체당 100억 원에 달한다.
4일 최석영 외교부 FTA 교섭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간 진행된 협의에서 미국은 한-유럽연합(EU) FTA를 근거로 관세환급분의 상한선을 두거나 관세환급제도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부속서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협정문 원안에선 별도의 제한 없이 관세환급제를 인정하고 있는 반면 한-EU FTA에선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본래의 관세액에 상관없이 환급액을 5%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공식서명한 한-EU FTA의 경우 EU 측이 마지막까지 이 제도를 반대하면서 양측은 관세환급제를 인정하되 5년 후 지나치게 외국산 원자재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중대한 변화’가 발견되면 환급액을 5%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미국 측 요구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리가 요구할 것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들고 나온 상황에서 협정문 자체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할 요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EU FTA를 근거로 들고 나온 이상 우리 역시 한-EU FTA에는 없고 한미 FTA에만 들어가 있어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승용차 2.5% 관세에 대한 스냅 백(철폐한 관세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조치) 철회를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관세환급제(Duty Drawba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