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공천 헌금’이란 말은 사라질 테니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요?”
28일 광주에서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10·27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호남이 텃밭인 민주당이 ‘굴욕의 3위’를 차지한 사실을 놓고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민주당에 30년 이상 몸담았다는 한 원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민주당이 정신 차리도록 광주 여론을 있는 그대로 전국에 전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24.03%. 이 후보가 얻은 1만4235표는 서구 지역 전체 민주당 당원 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평가다.
한 민주당원은 “어떤 분들은 ‘광주가 민주당의 텃밭’이란 말에 삿대질을 하며 달려든다”며 “경고음은 벌써 울렸는데도 민주당 사람들만 애써 눈 가리고 귀 막고 있었던 형국”이라고 자탄했다. 그의 말대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자리를 메울 인물이 없는 마당에 이런 사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군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0% 가까운 지지도로 호남권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광주 동)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만과 타성에 젖어 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굉장히 안타깝다”며 “공천을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인물난도 문제지만 ‘오만과 탐욕, 독선의 집합체’로만 비친다는 것이 호남 민주당의 한계”라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4대강 사업 반대’에만 매달리다 농산물 가격 폭등이나 사교육 문제 등 시민이 정말로 걱정하는 문제에는 이렇다 할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해 외면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에서
김 권 사회부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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