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자는 왜 그리 못마땅했던지. ‘본고사를 없애 한바탕 정면 승부를 못하게 하다니. 내신 성적만 좋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닌데.’ 하늘 아래 무서울 게 없던 시절이었다. 여담이지만 결국 기자의 고교 성적은 7·30 이전과 이후가 하늘과 땅 차이가 나게 됐다. 그래도 운은 억세게 좋았던지 마침 이듬해 학력고사가 무척이나 어렵게 나온 덕분에 감점 15점(내신 6등급)의 핸디캡을 안고도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배정받을 수 있는 곳에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선 수없이 쌍권총을 찬 탓에 ‘수학능력 부족’이란 낙인이 찍힌 채 잠시 떠나 있긴 했어도 나중에 졸업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말이 길어진 것은 26일 발표된 정부의 고교야구 주말리그제 추진안을 보면서 문득 7·30조치가 연상된 때문이다. 주말리그제는 운동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경기는 주말이나 방학에 하고, 훈련은 방과 후에 한다는 게 골자다. 취지는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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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대목에서도 반감이 생긴다. 일반 학생은 운동을 못해도 별 문제가 아니지만, 운동선수는 공부를 못하면 마치 큰일 난다는 뜻으로 들린다. 확대 해석하면 운동선수는 모두 바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자가 만나본 운동선수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올해 초 국회에서 발의됐던 학교체육법도 99%의 공부 기계보다는 1%인 운동 기계를 개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회 운영방안도 주말과 방학에 경기를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만 다를 뿐 기존의 지역 예선을 약간 확대하고 전국대회를 치르는 종전 방식에서 벗어난 게 없다. 급조를 하는 바람에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결국 이 때문에 1947년 시작돼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를 비롯해 청룡기(1953년 조선일보가 자유신문으로부터 인수), 대통령배(중앙일보·1967년), 봉황기(한국일보·1971년) 대회가 중단되거나 문패를 내릴 위기에 처했다.
팬이 없으면 야구도 없다. 주말리그제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에 팬들을 오게 하는 일이다. 다행히 정부와 대한야구협회는 기존의 명망 있는 대회 명칭을 앞으로 시행할 지역 리그와 전국 왕중왕 대회 때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